이스라엘 내각이 10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1단계 휴전 합의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군은 24시간 내 가자지구의 일부 구역에서 철수하고, 하마스는 72시간 안에 생존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 2년 동안의 전쟁으로 쌓인 참혹한 인명 피해와 인도주의 위기를 떠올리면, 이번 휴전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그동안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6만명을 훌쩍 넘고, 인구의 90%가 집을 잃거나 피란길에 올랐다. 학교와 병원, 상수도 등 기반 시설은 사실상 붕괴됐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도 1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 전쟁과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1단계 휴전’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추진된 이른바 ‘가자 평화 구상’은 인질 교환, 하마스의 무장해제,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영구 휴전 등 근본 해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1948년 이후 되풀이된 폭력과 보복의 역사, 점령지 문제와 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미래는 아직 단 한 걸음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 극우 각료들이 “살인 테러리스트를 풀어줄 수 없다”라며 내각 탈퇴를 경고하는 등 내부 갈등도 휴전의 불안요인이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의 중단이 아니라 공존의 제도화에서 비롯된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더불어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자치와 이스라엘의 안보가 함께 보장돼야 비로소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이번 합의가 중동 평화의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힌 것은 적절하다. 한국은 전쟁과 분단을 겪은 나라로서, 휴전선 너머의 긴장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국제사회는 지금이야말로 가자지구의 명확한 종전과 인도적 복구, 재건 지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 파괴된 병원과 학교를 다시 세우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음식을 전하며, 물과 전기를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시작이다.
아울러 이번 휴전 국면에서 가자지구에 접근하다 나포돼 이스라엘 사막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인 인권활동가가 조속히 석방되길 바란다. 구호활동가를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는 것은 인도적 원칙에 맞지 않는다. 이번 휴전은 전쟁의 숨 고르기가 아니라, 새로운 평화 질서로 향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평화의 불씨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번져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