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키운 ‘크라임씬’, 넷플릭스 타고 글로벌 인기

입력 2025-10-10 01:07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로 자리를 옮겨 선보인 추리 예능 ‘크라임씬 제로’(사진)가 한층 커진 스케일과 촘촘해진 서사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지난 7일 공개된 최종 에피소드인 ‘카지노 살인사건’까지 팽팽한 추리를 이어가며 참여형 예능의 저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크라임씬 제로’는 지난달 23일 ‘폐병원 살인사건’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공개됐다. 공개 첫 주(9월 22~28일) 110만 시청 수와 59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국내 넷플릭스 TOP10 시리즈 1위, 글로벌 TOP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10위에 올랐다. 이후 장례식장, 한강교, 유흥가에 이어 카지노로 배경을 옮겨가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크라임씬’ 시리즈는 플레이어들이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탐정이 돼 범인을 추리하는 포맷으로, 2014년 JTBC에서 처음 시작됐다. 추리극과 롤플레잉을 결합한 독창적 형식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2017년 시즌3까지 이어졌다. 해외 수상과 중국 판권 수출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형 추리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7년간의 공백 뒤 시리즈는 지난해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로 부활해 주목받았다. 올해는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으며 ‘크라임씬 제로’로 돌아왔다. 제목 ‘제로’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담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담겼다. 장진, 장동민, 박지윤, 김지훈 등 원년 멤버가 합류했고, 게스트 체제도 부활해 매회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이 시리즈가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는 참여형 예능의 속성과 팬덤 문화가 맞물린 데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며 범인을 추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팬덤을 형성했다. 팬들은 과거 시즌의 ‘레전드 사건’을 재소환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출연진 케미스트리를 평가하며 방송 밖에서도 즐거움을 이어갔다. 이런 흐름이 시리즈를 장수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번 ‘크라임씬 제로’ 흥행의 핵심은 한층 치밀해진 사건 구성에 있다. 출연진이 마지막 범인을 지목하는 순간까지 단 한 표 차이로 의견이 갈리거나 아예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물 관계도와 캐릭터 설정이 촘촘히 맞물려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리의 단서가 되는 세트장은 넷플릭스의 자본력이 더해지며 스케일이 커졌다. 폐병원 사건에서는 실제 건물을 세트 안에 지어 층별로 공간을 나눴고, 한강교 사건에서는 교량 구조물과 차량을 세워 교통사고 현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소품도 빈틈없이 배치됐다. 명함, 카드키, SNS 기록, 소품에 난 긁힌 자국까지 모두 단서로 활용됐다. 피해자를 표현한 더미 인형은 상처와 혈흔까지 정밀히 구현해 추리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특히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친 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재치있는 애드리브가 한층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연자들은 피해자와 얽힌 인물을 맡아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 장동민은 코믹한 애드리브로, 김지훈은 섬세한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무 시간에 달하는 긴 촬영에도 캐릭터를 끝까지 지켜낸 열연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