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교착, EU발 ‘철강 50%’까지… 해법 난망

입력 2025-10-10 02:03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할당량)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7일(현지시간)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할당량 초과물품에 대한 관세는 25%에서 50%로 인상된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버티기 늪’에 빠지며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협상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장벽 대폭 인상 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등에 따른 미·중 통상 갈등 등이 연거푸 발생하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내내 미국과의 관세협상 해법을 찾는 데 공력을 쏟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5일, 7일, 8일 계속 추가 회의를 갖고 통상과 관세협상 관련 회의를 했다”며 “연휴 기간 관세 및 통상 관련 회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에도 ‘3실장(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통상 회의를 열었다. 강 대변인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나러 미국에 다녀왔는데, 대미 금융 패키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양측이 이야기한 바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이에 대통령실과 관계부처가 만나 같이 회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줄회의’는 예상보다 완강한 미국 측 태도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대부분을 현금으로 채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이번 딜(협상)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지만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식 등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협상 타결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존 관측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생각보다 진전이 쉽지 않다”며 “미국 측 반응이 우리 제안을 받아주겠다는 뉘앙스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도 “(협상의) 타결이나 (국면의) 급속한 전환 등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나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30일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관세협상은) 크게 비관적이지는 않다. 약간 헤매는 국면에 와 있는데, 다시 (제 궤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APEC 정상회의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다른 통상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EU 집행위원회의 수입산 철강 관세 인상 방침은 미국 고관세로 타격을 입은 국내 철강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이 대미 압박 차원에서 전략 광물인 희토류를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도 한국 정부로서는 압박이다. 중국의 의도적 도발로 미·중 간 통상 긴장이 심화하면 미국의 협상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재차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