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가수 지드래곤이 해외 공연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면서 착용한 의상이 화제를 모았다. 멀리서 보면 명품 브랜드의 운동복처럼 보였으나 팬들이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대한항공 일등석 탑승객에게 제공되는 기내 편의복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기업이미지(CI)를 새로 바꾸며 이 편의복을 도입했다. 일등석(퍼스트클래스) 승객에게 슬리퍼와 함께 제공 중이다. 비행을 마친 뒤 개인 소장도 할 수 있어 기념품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드래곤의 공항 패션 일화는 항공사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비행기 안뿐 아니라 공항 도착 순간부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편안함을 넘어 ‘남들과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다.
출국 전부터 ‘기분 좋은 여행’… 라운지의 발전
대한항공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라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프레스티지 동편·서편 가든 라운지를 포함해 마일러 클럽 등 4곳을 개장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일등석 전용 라운지 등이 새로 문을 연다. 라운지 리뉴얼이 완료되면 전체 면적은 기존 5105㎡에서 1만2270㎡로 2.5배 넓어지고, 좌석 수는 898석에서 1566석으로 늘어난다. 여유로운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모두 확보하는 셈이다.
현재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호텔 출신 셰프가 직접 조리하는 라이브 키친과 뷔페를 운영 중이다. 한식과 양식, 지역 특선 요리, 디저트까지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바리스타와 바텐더가 맞춤형 음료와 칵테일을 즉석에서 제공한다. 독립형 휴식 공간, 업무용 데스크, 가족 휴게 공간, 개인 라커룸 등도 갖춰 장거리 비행 전 컨디션 조절에 유용하다. 인테리어·음악·조명 등 세부 요소까지 섬세하게 조율해 출국 순간부터 고급스러운 여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프리미엄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좌석별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개인 휴식 공간과 비즈니스 존, 라이브 키친과 바 서비스는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키즈 라운지와 소파도 다수 비치돼 있다. 일부 구역에는 예술 작품이 전시돼 라운지 자체가 문화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호텔급 침구와 명품 어메니티…기내 서비스의 격
대한항공은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탑승객에게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레떼(Frette)와 협업한 침구를 제공한다. 오리 솜털(덕 다운) 충전재와 300수 고밀도 면 원단을 사용해 호텔 침대 수준의 안락함을 구현했다. 편의복도 이 프레떼 제품이다.
일등석 승객에게 제공되는 그라프(Graff) 어메니티 키트에는 립밤, 핸드크림, 페이스크림, 미스트, 향수 등 5종의 코스메틱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그라프가 항공사 어메니티 제작에 협업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프레스티지석 승객에게는 누빔 매트리스, 소형 베개, 간단한 스킨케어 키트가 제공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비즈니스 스위트 좌석에 오리털 이불과 베개로 구성된 침구 세트를 제공하고,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Aigner)의 코스메틱이 포함된 여행용 키트를 마련했다. 완전히 수평으로 펼쳐지는 투도어형 좌석은 미닫이문을 닫으면 독립된 공간이 된다. 32인치 모니터와 최신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으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다. 좌석 내 보조 시트를 활용하면 일행과 마주 앉아 식사나 담소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비즈니스 스위트보다 한 단계 낮은 ‘비즈니스 스마티움’ 역시 침대형 시트와 지그재그식 배열로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모든 좌석에 전원 콘센트, USB 포트, 개인 보관함을 갖추고 있으며, 바·라운지 공간에서는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하늘 위의 미식 경험… 기내식도 파인다이닝
대한항공 일등석 기내식은 아뮤즈 부슈로 시작해 양갈비, 송아지 안심, 오리 가슴살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 요리로 구성된다. 디저트로는 쁘띠 푸르(한입 크기 과자)와 커피 또는 차가 제공된다. 식기류는 프랑스 명품 베르나르도(Bernardaud) 식기, 크리스토플(Christofle) 커트러리, 리델(Riedel) 와인잔을 사용한다. 와인은 샤토 마르고,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 로버트 몬다비 등 프리미엄급으로 구성된다. 소믈리에가 기내 환경에 맞춰 최적의 온도로 제공한다. 프레스티지석 기내식 식기류 브랜드는 아르마니/까사(Armani/Casa)다. 프리미엄 와인과 샴페인이 곁들여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적인 셰프들과 협업해 노선별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일부 노선에서는 코스별 와인 페어링 서비스를 도입해 하늘 위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글로벌 항공사들 ‘하늘 위 럭셔리 전쟁’
프리미엄 서비스 경쟁은 글로벌 항공사들 사이에서도 치열하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일등석·비즈니스석 승객을 대상으로 전 세계 70여 곳에서 ‘쇼퍼 드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발지에서 공항까지, 또는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전용 차량과 전담 기사가 배정된다. A380 항공기에는 온수 샤워실도 마련돼 비행 중에도 상쾌함을 유지할 수 있다.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뮌헨·취리히·빈·제네바 공항에서 일등석 승객에게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용 터미널에서 출국 절차를 처리한다. 에어프랑스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스킨케어 브랜드 클라랑스(Clarins) 무료 테라피 서비스를 제공해 약 20분간 맞춤형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카타르 항공의 도하 ‘더 가든’ 라운지는 7390㎡ 규모로 스파, 체육관, 게임룸, 네일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튀르키예 항공의 이스탄불 신공항 라운지는 5600㎡ 규모로 최대 765명을 수용한다. 13개의 개인 스위트룸도 갖추고 있다.
기내식 경쟁도 고급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미쉐린 스타 셰프와 협업해 장거리 항공편의 일등석·비즈니스석 승객에게 8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KLM은 유명 셰프와 소믈리에가 엄선한 음식과 와인을 함께 선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고급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단순한 차별화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승객이 잊지 못할 여행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프리미엄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