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격전지 일본 “분위기는 곧 돈”… 달아오른 ‘바이오재팬’

입력 2025-10-10 00:51
아시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바이오재팬 2025’가 지난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막했다.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행사엔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부스를 열고 미팅을 가지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모색한다. 지난 8일 참관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재팬 2025’가 지난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막을 올렸다. 세계 3위 규모의 바이오시장을 갖춘 일본에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부스를 열고 수주전에 나섰다.

개막을 앞두고 요코하마 퍼시피코 컨벤션엔 입장 대기 줄이 끝이 안 보일 만큼 길게 이어졌다. 참관객들은 “예년보다 분위기가 훨씬 살아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전 세계 1150여개 기업이 참여해 지난해(1052개)보다 규모도 한층 커졌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분위기는 곧 돈으로 직결된다”며 “일본의 바이오테크 경기가 좋은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엔 한중일 대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나란히 대형 부스를 차렸다. 대규모 제조 역량을 앞세운 한국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자국 바이오 생태계 강화를 노리는 일본이 맞붙어 각사의 경쟁력을 뽐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처음으로 36㎡ 규모의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78만4000ℓ 규모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 차세대 모달리티 서비스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신규 위탁생산(CMO) 브랜드 ‘엑설런스’도 최초 공개했다. 동등성과 속도를 핵심 가치로 모든 공장에서 품질 일관성을 보장하고 신속한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부스를 두 배로 확대했다. 미국 시러큐스와 2027년 가동 예정인 인천 송도 1공장을 잇는 ‘듀얼 사이트’ 전략을 강조했다. 조백래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홍보팀장은 “첫 참가였던 2년 전보다 참여사들의 관심도가 확실히 높아졌다. 미팅 수십 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과 롯데 모두 대표가 직접 행사장을 찾아 부스를 둘러보며 일본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 바이오 시장이 글로벌 CDMO 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가하는 위탁생산 수요와 일본 대형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가능성이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기조연설에 나선 고토 데이이치 후지필름 사장은 “정부가 신약개발은 지원해왔지만 생산 분야 육성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국내 CDMO 산업 육성이 일본 바이오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지필름은 대형 부스를 차리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덴마크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을 내세웠다. 니콜 장 리원 상업개발 디렉터는 “일본 도야마에도 신규 CDMO 시설을 지어 국내 제조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우시앱텍도 부스를 열고 아이디어 단계부터 후보물질 탐색, 연구·개발(R&D) 등 전과정 지원이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내세웠다. 우시앱텍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시스템 등을 통해 더 빠르고 가격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엔 전시와 파트너링을 포함해 120여개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 30개 바이오벤처가 함께한 K스타트업 부스도 관심을 모았다. 김인숙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중소기업협력실장은 “선진시장 일본은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제약 강국의 노하우와 우리 스타트업들의 원천 기술이 함께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글·사진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