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 의혹의 키맨인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공무원이 고속도로 종점 노선을 양평군 강상면 대안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상면은 김 여사 일가 땅이 몰려 있는 곳이다. 특검이 새로운 진술을 확보하면서 정체됐던 수사가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최근 김 서기관을 조사하면서 “인수위 파견 공무원이 전화해 ‘강상면 종점안으로 대안 노선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서기관은 당시 고속도로 건설 담당 부서인 국토부 도로정책과 팀장이었고,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용역업체와 소통하던 실무자였다.
특검은 김 서기관이 인수위 파견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받은 시점을 2022년 3월 중하순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인수위는 2022년 3월 18일 정식 출범했다. 특검은 이 지시를 기점으로 강상면 대안 검토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압박감을 느낀 김 서기관이 기존 예타안이었던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 대안 검토를 용역업체에 갑작스럽게 지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달 말 용역업체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서기관이 강상면 일대를 짚으면서 대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둔 상태다. 실제로 용역업체는 2022년 3월 29일 계약 체결 후 불과 10여일 만인 4월 11일 강상면 종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안 제시 전까지 용역업체의 강상면 현장조사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고 한다.
특검은 해당 인수위 파견 공무원을 국토부 소속 A씨로 특정했다. A씨는 인수위에 파견된 국토부 소속 공무원 5명 중 한 명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사건에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은 출범 후 양평군수 출신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한국도로공사, 국토부 관계자 등 수십곳을 압수수색했지만 A씨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했었다.
특검은 조만간 A씨를 불러 김 서기관에게 전화로 강상면 대안 검토를 지시한 배경과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경과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검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김 의원에게 일찌감치 피의자 신분을 적용했지만 대면조사까지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해당 의혹은 2023년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종점 노선을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 땅이 소재한 강상면으로 변경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사업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타까지 통과했는데 국토부가 2023년 5월 갑자기 강상면 종점 노선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원 전 장관은 당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박재현 차민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