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종식 출구 찾았지만 하마스 무장해제 최대 뇌관

입력 2025-10-09 18:48 수정 2025-10-09 23:5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어린이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단계 휴전에 합의하면서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다. 양측이 즉각적 휴전과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골자로 한 평화 구상 1단계를 정상적으로 이행하면 무력 충돌은 일단 종료된다. 다만 하마스의 무장해제,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등 후속 단계를 놓고 이견이 여전해 이번 합의가 영구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합의에 대해 “2년간 이어진 파괴적인 전쟁의 가장 큰 돌파구”라면서도 “하마스의 무장해제 여부와 방식, 가자지구를 누가 통치할지 등 까다로운 측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1단계 합의안에 따르면 하마스는 약 48명(생존자 20명)으로 추정되는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구금된 가자지구 주민 1700명 등을 풀어주게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시발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한 2023년 10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마스는 당시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을 살해하고 민간인과 군인 등 인질 251명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에 나서서 가자지구를 초토화시켰다.

가자지구에선 2년간 6만6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군인을 포함해 약 2000명이 숨졌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졌다. 영국·캐나다·호주·프랑스 등은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승인하는 등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휴전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즉각적 휴전이라는 1단계 목표가 달성되면 향후 초점은 영구적 평화를 위한 후속 단계 이행에 맞춰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제시한 평화 구상 2단계의 핵심은 하마스의 무장해제,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가자지구 재건 등이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에 어떤 역할도 맡을 수 없고 군사 인프라, 무기 생산 시설 등을 파괴해야 한다. 하마스가 물러난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기술 관료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임시 통치한다. 트럼프가 의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참여하는 평화이사회가 위원회를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하마스는 그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우선이라며 무장해제를 거부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이스라엘, 하마스 중 누구도 공식 성명에서 하마스 무장해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전쟁이 끝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무장해제 방식과 검증을 놓고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가 어느 범위까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최종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언제, 어떤 식으로 수립할지도 구체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