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까지…’ K철강 산 넘어 산… 정부, 국가별 쿼터 확보 주력

입력 2025-10-10 00:18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수입 철강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U는 한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정부는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국내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는 한편 철강 감산 및 설비 조정 계획을 포함하는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 대책’ 초안을 발표하고 철강 무관세 할당량을 최대 1830만t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053만t 대비 47% 줄어든 수준이다.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할 예정이다. 시행 시기는 미정이다. 다만 EU 철강 세이프가드 만료 시점인 내년 6월 말 회원국 투표를 거쳐 도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대륙발 관세 펀치에 국내 철강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철강의 EU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약 6조4000억원)로 미국 수출액인 43억4700만 달러(약 6조1750억원)보다 많다. 한국산 철강의 전체 수출액인 333억 달러(약 47조3500억원)의 13.4% 수준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U 내 수입이 급격히 증가한 ‘수입 압력이 높은 품목군’이다. 해당 품목은 한국의 대 EU 철강 수출 중 55%를 차지한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로 미 수출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EU가 세우는 ‘무역 장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EU마저 무관세 쿼터를 축소한다면 수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물량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국가별 쿼터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EU가 국가별 물량을 배분할 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EU와의 양자 협의를 통해 최대한 이익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달 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이날 인천항 현대제철 수출용 철강 적재 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글로벌 공급 과잉을 고려한 품목별 대응 방향,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철강산업 저탄소·고부가 전환 투자 확대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금융 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문 차관은 “철강기업과 금융권,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약 4000억원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출보증상품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