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해외여행 가지… 투숙객 울리는 ‘K-호텔’

입력 2025-10-10 02:05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A씨(34)는 이번 추석 연휴에 인도네시아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 발리에선 야외수영장이 포함된 5성급 호텔을 박당 10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선 야외수영장 가격만 10만원을 따로 내야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9일 “추석 연휴엔 바가지요금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그걸 고려하면 항공권 가격을 합쳐도 해외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일부 5성급 호텔은 야외수영장을 이용하려면 관련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거나 10만원 안팎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인천·강릉 등 주요 관광지 5성급 호텔에서도 비슷한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수영장 규모가 제한적이라 별도 요금을 받지 않으면 투숙객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모(31)씨는 “한국 호텔은 수영장 등 부대시설 가격까지 따져보는 것이 일”이라며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 싫어 내년 명절 땐 해외로 나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긴 추석 연휴 기간 비싼 국내 호텔보다 해외 관광지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2~12일) 인천공항 이용 여객이 총 245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평균 약 22만3000명으로 지난해 추석(하루 평균 20만명)과 비교해 11.5% 증가했다.

국내 호텔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야놀자리서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2분기 국내 숙박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5성급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19.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 내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7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불만이라고 지적한 점도 숙박시설의 가격(66%)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고급 호텔들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가격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지 못하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소통과 특화 서비스 등을 통해 불신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