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동고동락 10년… 제자가 또 다른 제자 낳길”

입력 2025-10-13 03:07
곽병훈 나의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마포구 교회 예배당 앞에서 청년 소그룹을 통한 제자 훈련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신석현 포토그래퍼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이 되면 서울 마포구 나의교회(곽병훈 목사)엔 학업과 일을 마친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교회에서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일과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예배에 참여한다. 성도 80% 이상이 20·30세대인 나의교회는 이들을 위해 새벽기도회 대신 저녁기도회를 만들었다. 새벽에 바쁜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예배의 자리에 쉽게 나오게 하려는 배려다.

셀 모임을 비롯한 교제도 교회에서 수시로 이뤄진다. 원룸이나 고시원 등에 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거실처럼 사용한다. 그 결과 교회는 청년들의 즐거운 사랑방이자 따뜻한 울타리가 됐다. 이는 곽병훈(43) 목사가 10여년 전부터 청년들과 부대끼며 제자훈련을 해온 열매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곽 목사는 “소그룹을 통한 제자화가 우리 교회의 목표”라며 “제자가 또 다른 제자를 키우는 선순환이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곽 목사가 목회에 뜻을 두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두 살이었다. 그전에는 교회 음악 사역을 꾸준히 했다. 음악적 재능이 컸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2000년 숭실대 CCM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좀 놀았다’며 웃던 그는 “정신을 차리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곽 목사’로 불리다 나중엔 ‘광(狂) 목사’로 불릴 정도로 예배팀도 만들고 전도하며 다녔다”고 말했다.

부흥한국을 비롯해 매트 레드먼 등 다양한 찬양 공연에 코러스로 섰고 예배사역팀 다리놓는사람들의 예배인도자로도 사역했다. 2009년 서울장신대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후 목회에 뜻을 두고 2014년 성결대 신대원에 입학했다. 첫 단독 목회로 청년 복음화를 위한 여섯걸음교회를 홍대 인근에 개척했다.

2015년 연말 시작된 여섯걸음교회의 사역은 특별했다. 예배당을 공연장으로 꾸며 평일에는 대관하고 주일엔 예배를 드렸다. 예배할 곳이 없는 작은 개척교회에 장소를 빌려주면서 젊은 사역자들이 연합하는 자리도 됐다. 공연장은 하루도 예약이 비는 날이 없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함께 만든 카페까지 유명해지자 청년들이 교회에도 몰려들었다.

당시 곽 목사는 청년들이 알아서 찾아오면서 목회가 어렵지 않다고 자만했다. “청년들은 이 교회에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 이 목사가 내 목자인지 아닌지를 아주 잘 알더라고요. 공연장이나 카페를 보고 찾아온 이들은 왔다가 다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사업을 했고 목양을 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왔어요. 마치 영화 ‘극한직업’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한 경찰들이 범인은 뒷전이고 치킨집이 대박 난 것에만 기뻐했던 모습 같았죠.”

본질로 돌아가기로 한 그는 청년 공동체를 만들고 삶으로 복음을 전했다. 2층짜리 집을 구해 청년 10여명과 함께 살며 아내와 함께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거주하는 청년들이 친구를 불러 함께 먹고 놀고 예배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 말씀을 흘려보냈다. 이때 키워낸 청년 제자들은 지금 리더가 돼 다른 청년들을 품고 있다.

당시 부부리더가 섬기는 셀 모임을 통해서는 청년들이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다. “청년들을 만나보면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에서 자란 경우는 20% 미만이에요. 그런데 이 부부 셀 모임에서 가정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별로 하는 건 없고 부부가 축복기도 해주고 함께 말씀 보다가 밥 먹고 놀기만 했어요. 그런데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던 청년들이 나도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즈음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관 사역이 어려워지면서 공연장을 접게 됐다. 재정비 뒤 2020년 현 위치에 나의교회를 세우고 공동체 제자훈련에 더욱 집중했다. 지금도 리더 교육은 곽 목사의 집에서 할 정도로 모임에 진심이다. 또 신촌 노방전도는 물론 중고등학교에 뮤지컬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등 다양한 사역도 진행한다. 찬양의 은사를 살려서 소속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청년 집회인 ‘The way’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 청년 1만5000명이 모인 찬양 집회 ‘G2A’ 기획과 진행에도 역할을 감당했다.

곽 목사는 교회 성장을 위해 사역 중심으로 가기 쉬운 현실 속에서 사람 중심의 목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만나고 양육하는 DNA로 교회 체질을 바꾸면 성장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28장에 보면 ‘제자로 삼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나와요. 사람들에게 복음을 알리고 세례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 속에서 복음 받은 자답게 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홍대에서 사역했을 때 사람을 모으기만 했다면 이젠 그 사람을 가르쳐서 제자로 만들고 흩어지게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제자가 또 다른 제자를 키우는 기쁨과 보람이 계속되도록 사역할 것입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