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노벨상 2명에 일본 열광… 구글 2년 연속 수상자 배출

입력 2025-10-10 00:04

올해 노벨상 6개 부문에서 일본이 2개 부문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일본은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화학상을 수상하며 기초과학 강국으로서 위상을 입증했다. 일본인 개인의 노벨상 수상은 1949년 물리학상을 시작으로 이번이 30번째이며, 단체로는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NHK는 8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 중 1명이 기타가와 스스무(74) 교토대 특별교수라고 보도했다. 지난 6일에는 사카구치 시몬(74)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요미우리·아사히신문은 6일에 이어 이날도 호외를 발행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 연구력의 탁월함을 평가받은 것이 국민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기타가와 교수와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60)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등 새로운 분자 구조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를 개발한 과학자 3인을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MOF는 금속 이온을 유기 분자로 연결해 만든 결정 구조로 내부에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있어 다른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지구온난화, 사막의 물 부족 문제 등 인류의 주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카구치 교수는 ‘조절 T세포(Treg)’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메리 브렁코(64)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 램즈델(65) 샌프란시스코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도 인체 면역 관련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공동 수상했다.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제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 질환, 암 치료와도 연결될 수 있어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는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 “암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은 영국 출신의 존 클라크(83) UC버클리 교수, 프랑스 출신의 미셸 드보레(72) 예일대 교수, 미국 출신의 존 마티니스(67)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샌타바버라)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양자역학의 효과가 원자 수준의 미시 규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회로 등 거시 규모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양자컴퓨터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

수상자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강조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태어나 15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야기 교수는 “과학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평등의 힘이다. 지식의 확대는 종종 지역을 넘나드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클라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기관 소속 과학자 해고와 연구지원금 삭감에 대해 “재앙”이라며 “미국 과학 연구 대부분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드보레 교수는 현재 구글 퀀텀 AI의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으며, 마티니스 교수는 과거 구글 양자 하드웨어 프로젝트팀을 이끈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과학자가 화학상을, 구글 브레인팀 출신의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