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위협받는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

입력 2025-10-10 00:25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올해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기본급 인상에 더해 수천만원대 성과급과 주식을 지급하며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노동계가 요구하는 주4.5일 근로제 도입과 정년연장 등 굵직한 현안은 시한폭탄처럼 남았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20차례 교섭 끝에 임단협에 합의했다. 협상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과 격려금 450%+1580만원, 주식 30주 지급이 포함됐다.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H-안전체험관’ 건립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 지역상권 지원책도 담겼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 등 대외 악재 속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아 노사는 5년 연속 무분규 합의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급 450%+1580만원, 주식 53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생산직 엔지니어 500명을 신규 채용하고, ‘노사공동 특별선언’을 통해 안전·품질·소통 강화 의지도 밝혔다.

KG모빌리티는 2010년 이후 16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갔다. 기본급 7만5000원 인상과 생산 장려금 350만원 지급이 포함됐다. 한국GM은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일시금 및 성과급 175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협상을 마쳤다. 구체적인 협상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노사 협력 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올해 5사 협상은 ‘성과급 잔치’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보상 규모가 컸다.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낸 지난해보다 더 큰 성과급을 지급했다. 한국GM도 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연장은 장기 과제로 남았다. 노동계는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이다.

정년 문제도 마찬가지로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완성차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64세까지 늘려 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노사 협상에서 정년 문제를 논의했으나 ‘계속고용제’(정년퇴직 후 1+1년 연장 고용)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법 개정 상황에 따라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기아 역시 정년연장 문제가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노사가 기본급 인상과 대규모 성과급 지급으로 임협·임단협 합의에는 이르렀으나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남겨놓았다”며 “주4.5일제와 정년연장 논의는 개별 기업이 결정하기보다는 사회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산업 전환기에 근로시간과 고용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노사관계의 최대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