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에 복음 열매를” 말씀·찬양으로 하나되다

입력 2025-10-10 03:04
긴 연휴가 시작된 지난 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기독교 연합 집회 G2A에는 한국교회 성도 1만5000여명이 모였다. 사진은 집회의 주 참여자인 10대 청소년들이 무대에 오른 모습. G2A 제공

“여기 큰 초와 작은 초가 있습니다. 이 초들은 저와 제 아들을 상징합니다. 제 키가 크기 때문에 작은 초가 아들이라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이상 짧은 초에 불을 붙여 쓰지 마십시오. 그 불로 긴 초를 켜셔야 합니다.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다음세대가 세상의 빛이 되도록 말입니다.”

20대 중반 개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너스톤커뮤니티처치를 15년 만에 30명에서 6000명 규모로 성장시킨 뒤 2010년 홀연히 사임한 프랜시스 챈 목사는 지난 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G2A 집회’에서 한국교회 1만5000여명 성도에게 이처럼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이날 집회 참여자 85%는 10대에서 30대였다. 챈 목사의 메시지는 이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당부이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은 거룩하고 숭고한 예배가 다음세대까지 이어지기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메인 강사인 미국의 프랜시스 챈 목사가 길이가 다른 초를 들고 다음세대를 격려하는 장면. G2A 제공

G2A 집회는 국내 유명 찬양 사역팀과 청소년, 캠퍼스, 일터 등 여러 사역 기관이 연합해 개최했다. 1만5000석 티켓은 사전 매진됐으며 전국 3400여개 교회 성도가 참여했다. 10, 20대 참여율은 60%로 집계됐다. 김상인(김포 움직이는교회) 목사는 ‘부흥’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오늘 집회가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죽음을 무릅쓰고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선교사들처럼 모든 성도가 보이지 않지만 심어진 씨앗의 열매를 바라보며 부흥을 향해 나아가길 소망한다”고 했다.

부흥 부르심 제자도 열방으로 나뉜 4가지 세션은 아이자야씩스티원 팀룩워십 예수전도단화요모임 제이어스의 찬양으로 시작됐고, 각 주제에 맞는 강사들이 메시지를 전했다. 청소년 신학생 목회자 캠퍼스 일터 열방 등 여섯 가지 선교 영역에서 일상의 참여를 결단하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G2A는 집회 이후 참여자들을 영역별 기도 모임으로 연결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메인 행사장 옆 부스에서 일터선교 소개를 담당한 임원석 원바디커뮤니티 간사는 “직장인, 사업가들이 일터 사역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며 집회 이후 삶의 선교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쉼 없이 진행된 집회는 전국 각지에서 온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충북 청주 상당교회에서 청년 80여명과 집회에 참석한 안광복 목사는 찬양이 나올 때마다 일어나 함께 부르고, 열정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청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안 목사는 “감성적인 찬양뿐 아니라 구체적인 말씀을 통해 다음세대를 세워가겠다는 취지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성창민(부산 새희망교회)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다음세대가 예배 후 각자의 영역에서 선교적 열망을 틔울 수 있도록 연결한 점이야말로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사역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기도 모임인 ‘더필드’를 이끄는 정하은양은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예배드리면서 학교 안에서도 예배가 회복되길 소망하는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자원봉사자 600여명도 힘을 보탰다. 부산에서 출발해 오전 11시부터 안내를 맡은 이예은씨는 “긴 연휴의 첫날인데도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20대 또래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의료진으로 봉사한 김승철씨도 “이른 시간부터 예배를 드리겠다고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다”고 했다.

박동찬(일산광림교회) 황덕영(안양 새중앙교회) 목사 등은 어른 세대로서 G2A를 후원했다. 박 목사는 “새벽에 출발한 버스에서 내려 예배 장소로 몰려오는 장면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소망을 느꼈다”며 “다음세대가 부흥을 향한 선배들의 열망과 꿈의 바통을 이어받길 기도한다”고 했다. 황 목사는 “통일에 대한 생각과 마음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과제”라며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는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과 한반도 기독교 부흥의 역사가 담긴 북녘땅을 위해 다음세대가 연합해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