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9일 “사형은 생명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범죄자의 재사회화라는 형벌의 목적을 포기하는 제도”라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세계 사형 폐지의 날(10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인간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형의 유지·집행이 범죄 억제의 효과를 발휘하는지도 확실하게 검증된 바 없다”면서 “사형은 국가가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생명권을 부정한다는 모순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을 대표적인 사형제 오·남용 사례로 꼽았다. 그는 “오판에 의한 사형집행의 경우 그 생명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5년 박정희 유신정권이 반대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다. 구속된 23명 가운데 8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2007년 재심에서 8명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안 위원장은 “국가의 책무인 범죄 예방은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방식이 아닌 정책 수립·사회적 기반 조성으로 달성해야 한다”며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계기로 인권위가 국제사회와 인권 보호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13개국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