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빵플레이션’ 정부 통제보다 구조개혁이 먼저다

입력 2025-10-10 01:10

최근 5년 사이 먹거리 물가가 20% 넘게 뛰었다.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7% 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빵 38.5%, 과일 35.2%, 우유와 계란 30.2%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서민의 식탁이 무너졌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취약계층에게는 직격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며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폭리를 취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설탕·계란·밀가루 등 식품 담합 혐의 조사에 착수하고, 외식·가공식품업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기조를 뒷받침한다.

식료품 가격 급등은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 실패의 결과다. 공급망 불안과 이상 기후, 인건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일부 기업이 이를 빌미로 과도한 가격 인상과 담합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있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정부 개입은 정당하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세우고 폭리를 막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를 고친다며 정부가 또 다른 실패를 낳아서는 안 된다. 공정위가 검토 중인 ‘가격 조정 명령’이나 ‘기업 분할’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내리도록 하거나 독점 기업을 쪼개는 식으로 기업 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이른바 ‘빵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베이글·소금빵·샌드위치가 3년 새 40% 넘게 올랐지만, 제과점은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에 시달린다. 빵값 급등의 이면에는 원재료비 상승, 유통비, 인건비 부담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기업을 몰아세운다고 해서 이 비용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한 규제와 행정 개입은 투자와 생산 의지를 꺾을 수 있다. 단기적 통제보다 원가 구조와 유통 체계의 개혁이 더 우선돼야 한다. 물가 안정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로 이뤄진다. 정부는 공정한 룰을 세우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투명한 원가 공개와 유통구조 혁신이 병행될 때 진짜 민생 안정이 가능할 것이다. 시장 실패를 바로잡되, 정부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절제와 균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