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마크롱, 연금개혁도 중단하나

입력 2025-10-09 18:29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공영방송 프랑스2와 인터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사임으로 집권 2기 들어 5명의 총리를 잃었다. 프랑스 정부는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연금개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임명 27일 만인 6일 사임한 르코르뉘 총리는 온건 좌파 사회당의 요구에 따라 연금개혁을 중단했을 때의 경제적 비용을 검토해 달라고 2주 전 재정경제부에 요청했다. 사직서 제출 후에도 대통령의 지시로 정파 간 합의를 끌어내려 했던 르코르뉘는 7일 우파 및 중도 진영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연금개혁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르코르뉘는 8일 좌파 정당들과 막판 논의를 마친 뒤 마크롱에게 48시간에 걸친 협의 결과를 보고했다.

르코르뉘는 이후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의회 내 절대다수가 해산을 원치 않으며 여러 정치 세력이 공동 예산안에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께 의회 해산 가능성이 줄었고 향후 48시간 내 새 총리를 임명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가장 어려운 문제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마크롱의 연금개혁안은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기여 기간을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크롱은 노조와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의회 표결을 생략할 수 있는 헌법 특별 조항을 활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한 바 있다. 최대 역점 사업인 연금개혁을 중단한다는 건 그만큼 정부가 코너에 몰렸다는 의미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