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조선노동당

입력 2025-10-10 00:40

10일은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이지만 실제 80년 전에 조선노동당은 없었다. 1946년 8월 발족된 북조선노동당이 같은 해 11월 창당된 남조선노동당과 합당하면서 조선노동당이 설립된 건 1949년 6월말이다. 그러면 1945년 10월 10일은? 평양에서 열린 조선공산당 이북5도 책임자 및 열성자대회에서 김일성 전 주석이 기조연설을 한 날이다. 조선노동당 창당 전 조선공산당 행사가 열렸던 이날을 ‘조선노동당의 시작’이라며 북한이 기념하는 것은 다분히 김 전 주석을 띄우기 위한 의도다.

올해 노동당 창건일이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북한이 공세적인 외교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권력 서열 2위로 꼽히는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를 북한에 보냈다. 리창 총리는 역대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북한을 방문한 중국 지도부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다. 10년 전인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당시엔 권력 서열 5위였던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했었다. 러시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전승절 행사에 북·중·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섰던 것처럼 노동당 창건 행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실상 ‘넘버 2’ 인사를 양쪽에 세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북한 입장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앵글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강경 우익 성향의 일본 신임 총리 등장이 예고돼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우리로서는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정상과의 회담 등을 통해 외교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