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 키워낸 ‘비철금속 업계의 거목’ 최창걸(사진)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려아연은 최 명예회장이 ‘정도경영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으로 평생을 현장 중심 경영과 기술 혁신에 바쳤다고 기렸다.
고인은 고(故)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주의 차남으로, 현재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는 최윤범 회장의 부친이다.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나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멤버로 합류한 이래 불모지였던 국내 비철금속 산업에서 독자 기술 확보의 외길을 걸었다. 고인은 생전 “고려아연은 큰 바위 몇 개를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하나하나를 정성 들여 다져놓은 모양”이라며 개인보다 조직을 앞세우는 리더십을 보였다. 뒤늦은 혁신보다 꾸준함과 성실함을 강조한 고인의 경영 철학은 고려아연이 창립 30여년 만에 비철금속 분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서는 데 굳건한 반석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에는 부인 유중근 여사와 함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이름을 올렸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추석 연휴 내내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에 열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