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사각 밝힌다… 공공버스 늘리는 서울 자치구들

입력 2025-10-13 02:19
최근 서울 자치구들은 시민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지역을 누비는 공공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지난해 5월 지역 노인이 어르신 돌봄카에서 내리는 것을 돕고 있는 모습. 종로구 제공

서울 자치구들이 마을 골목 곳곳을 누비는 공공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시내·마을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빈틈’을 공공버스로 메우는 것이다. 주민센터, 공원 등 공공시설을 잇는 셔틀버스부터 예비군들을 위한 수송버스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걸어 다니던 길을 버스로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공공 셔틀, ‘우리 동네’ 필수 버스

지난 7월 시민들이 왕십리역에서 성공버스에 승차하고 있는 장면. 성동구 제공

공공버스의 대표적 사례로 공공 셔틀버스가 있다. 공공 셔틀버스는 주로 주민·체육센터 등 ‘우리 동네’ 필수 시설들을 오간다. 특히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다닌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성공버스’는 공공 셔틀버스의 선두 주자다. 성동구는 지난해 10월부터 구청, 주민센터, 보건소, 공원 등의 주민 시설을 잇는 성공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탈 수 있다. 성공버스는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누적 탑승객은 27만2953명에 달한다. 지난달 일평균 이용객은 1노선 1505명, 2노선 886명, 3노선 175명이었다. 당초 1노선(신금호~성수)만 운영됐으나, 높은 인기로 2노선(용답~보건소)과 3노선(송정~왕십리)이 지난 5월 신설됐다.

성공버스는 마을버스 승객 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성공버스 도입 후 마을버스 승차 인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7.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마을버스 이용객 증가율은 2.36%에 불과했다. 성동구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없는 곳에서 성공버스를 탄 승객이, 대중교통이 있는 곳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셔틀버스는 다른 자치구로도 퍼지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 7월 ‘노원행복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행복버스 역시 체육시설, 주민센터, 보건소 등 공공시설을 연결한다. 노선(구민의전당~하계역)은 주민 의견과 시설별 이용 현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요금은 무료다. 노원구 관계자는 “일평균 승객이 운행 첫 달차 100여명에서 지난달 572명으로 늘었다”며 “높아지는 인기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중구도 지난달 ‘내편중구버스’ 시범 운행에 돌입했다. 내편중구버스는 남산타운아파트, 다산성곽길, 버티고개 등 고지대 거주지와 주민·체육·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을 오간다. 노선은 9개에 달한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는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마을버스가 없다”며 “공공 셔틀버스가 마을버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안, 자율주행 마을버스

자율주행 마을버스도 교통 사각지대를 메우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마을버스 업계가 만성적인 운전기사 구인난과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운행을 꺼리는 노선을, 자율주행 버스가 보완한다. 요금도 운행이 안정될 때까지 무료다.

동작구는 지난 7월부터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A01’을 운행하고 있다. 동작A01은 숭실대 중문에서 중앙대 후문까지 왕복 3.2㎞ 구간을 다니며, 11개 정류소에 멈춘다. 일평균 46명이 탑승했다. 주민 만족도는 90%에 달한다. 동작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심한 오르막길이고, 시내버스 1개 노선만 다니는 대중교통 취약 지점”이라며 “학생과 거주민 모두 동작A01을 반긴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다른 자치구에도 도입된다. 동대문구는 오는 14일 장한평역~경희의료원 왕복 15㎞ 구간 23개 정류소를 다니는 ‘동대문A01’을 운행한다. 서대문구도 오는 15일부터 가좌역~서대문구청 왕복 12㎞ 구간 10개 정류소를 오가는 ‘서대문A01’을 도입한다.

교통 약자를 타깃한 공공버스도 있다. 광진구의 무료 ‘동행버스’가 대표적이다. 동행버스는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을 위한 것이다. 휠체어 리프트를 구비하고 있다.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보건소 등을 다닌다. 올해 하루 평균 131명이 이용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이동이 불편한 주민들이 동행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며 “동행버스가 사회 참여와 생활 편의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SUV 차량을 교통수단으로 개조한 ‘어르신 돌봄카’를 운영하고 있다. 돌봄카는 65세 이상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행된다. 창신동, 이화동 등을 돈다. 일평균 196명이 돌봄카를 이용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택시도 접근을 꺼릴 정도로 골목과 언덕이 많은 지역을 돌봄카가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군·관광객 위한 이색 버스

지난 2월 예비군들이 영등포구 예비군 수송버스에 오르고 있는 모습. 영등포구 제공

영등포구는 관내에서 경기도 안양시 박달예비군 훈련장을 오가는 무료 수송버스를 지원한다. 예비군들이 훈련장까지 가기 위해선 대중교통을 2~4번 갈아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운영 노선은 3개로, 당산역, 양화중, 공군호텔 등 16개 정류소를 거친다. 올해만 예비군 5593명이 수송버스를 이용했다.

관광 순환버스도 있다. 마포구는 지난 5월부터 마포농수수산물시장, 망원한강공원 등 관내 명소와 11대 상권을 연결하는 ‘마포순환열차버스’를 운영 중이다. 순환버스로 사람들을 실어 날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요금은 성인 종일권 기준으로 5500원이다. 일평균 탑승객은 45명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탑승객을 늘리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며 “지역 숙박업소 이용객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