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돼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공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이 오는 7일(현지시간)로 2년을 맞는다. 주민 이동과 물자 반입이 제한돼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전면적 공세와 하마스의 게릴라식 항전에 휩쓸려 초토화됐다. 6만명 이상의 목숨이 희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합의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 방안으로 최후통첩을 띄웠지만, 하마스 내부에선 수용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하마스 정치국의 무함마드 나잘 위원은 2일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을 목표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시간이 우리의 목에 겨눠진 칼이라는 논리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쫓겨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마스가 역제안을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샤르크뉴스는 “카타르와 이집트, 튀르키예가 하마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에 모인 회동에서 내용 일부가 수정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 지휘관 출신으로 강경파의 핵심 인물인 이즈 알딘 알하다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하마스 해산 절차’로 판단했으며 이스라엘과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마스 정치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내부 강경파가 독단적으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합의했다. 이 구상에는 인질 석방 외에 하마스의 무장해제 및 군사 기반시설 파괴 등이 포함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종식 논의가 늘어지는 동안 가자지구 인명피해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2일까지 가자지구 내 사망자 수가 6만6225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 장악을 목표로 주민 10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지상전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75%를 통제하고 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은 2년에 가까운 억류로 생사기로에 놓여 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해 1200여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인질 가운데 148명의 생존자와 56구의 시신이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47명은 아직 하마스에 억류돼 있다. 인질 가운데 20여명만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과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중동 전역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노려 카타르 도하를 공습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