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일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전날 이 전 위원장을 체포했던 경찰은 “6번이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이 전 위원장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설명했는데도 영장을 집행했다”고 반발했다. 이 전 위원장의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상관없이 체포 과정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위원장은 직무정지 상태였던 지난해 9∼10월 보수성향 유튜브 4곳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는 등 정치적 의견을 표명해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또 대선·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3∼4월 민주당 후보를 낙선하게 할 목적의 발언을 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살핀 뒤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 측 임무영 변호사는 부당한 체포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검사·판사가 읽었다면 체포영장을 청구·발부할 가능성이 없다”며 “기록에 누락된 게 아닌지 국정감사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국회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관련 본회의 일정을 갑자기 잡으면서 9월 27일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그 전날 전화, 팩스, 우편 등으로 경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6번의 출석 요구와 관련, 경찰이 조사 일정을 약속한 후에도 추가로 2번 소환장을 보내는 등 소환 불응의 근거를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는 이 전 위원장을 전격 체포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의 체포 과정은 전격적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면직된 바로 다음 날 체포됐는데 지난해 민주당이 그가 취임한 바로 다음 날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탄핵안을 기각했는데 취임한 지 하루 만에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는 주장 자체가 억지라는 말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이 법을 위반했다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 측 의심대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서 이 전 위원장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을 숨기고 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이 전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체포 과정의 적절성을 소명해야 하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