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500고지 돌파는 미국 오픈AI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협력이 촉발한 반도체주 급등이 핵심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AI) 주도의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 도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두 회사에 글로벌 투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순매수 규모가 1조72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이날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인 3조1250억원 중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SK하이닉스(2488억원), 삼성전자우(1307억원)에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외국인의 반도체주 ‘폭풍 쇼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날 챗GPT 개발사인 미 오픈AI의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핵심 협력사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이 크다. 오픈AI는 월 90만장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을 국내 반도체 기업에 요청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두 회사의 HBM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금이 몰렸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HBM 수요는 전 세계 생산량의 두 배 이상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각각 4.36%, 9.86% 오른 8만9000원, 39만5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초반 삼성전자가 2021년 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9만 전자’를 터치했고 SK하이닉스도 사상 처음 장중 ‘40만닉스’를 돌파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8.86%) 주가가 급등하는 등 AI 밸류체인이 모두 오른 것도 증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주가가 8% 급등한 것도 AI 수요 급증이 HBM, D램, 낸드 등 메모리 업황의 슈퍼 사이클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대외 경제 환경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미국에서 전날 발표된 민간 고용 지표가 2023년 3월 이후 최대로 감소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사태가 장기화해 9월 고용 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지연될 경우 경기 둔화에 대한 보험적 성격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연말까지 3800선에 무난히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강세장은 일반적으로 두 차례 상승 사이클을 형성하는 패턴인데 과거 강세장의 2차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예상 상단은 3800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도 “4분기 주식시장은 ‘실적과 유동성의 우호적 환경’”이라며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는 또 한 번의 모멘텀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최고치 이후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 가격도 이날 크게 올랐다. 오후 4시20분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57% 오른 1억662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하 확률을 높게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상 4분기에 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여온 점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연일 치솟고 있는 국제 금값도 온스당 390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3897.50달러, 금 현물 가격은 3895.09달러까지 오르며 고공행진 중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