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경상수지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파고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30% 가까이 증가했고,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8월 경상수지 흑자는 91억50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역대 8월 중 가장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28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8월까지 누적 흑자도 6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9억4000만 달러보다 24% 늘었다.
우선 상품수지가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로 9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8월 기준 역대 2위다. 수출은 564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줄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수입이 -7.3%로 더 줄면서 흑자가 났다.
수출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26.9%)의 증가율이 특히 높다. 올해 1~8월 반도체 누적 수출액도 1042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많다. 승용차(7%)의 증가율도 높은 편이다. 다만 컴퓨터 주변기기(-15.5%)와 철강 제품(-11.7%), 무선 통신 기기(-11%) 등이 감소하면서 8월 전체 수출은 전월의 597억8000만 달러에서 33억 달러 이상 줄었다.
지역별 수출은 동남아(13.5%)에서만 호조였고 미국(-12%)과 유럽연합(EU·-9.2%), 일본(-5.3%), 중국(-3%) 등은 뒷걸음질쳤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고 승용차도 8월 기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석탄(-25.3%)과 석유 제품(-20.3%), 원유(-16.6%) 등 원자재가 10.6% 급감했다.
서비스수지는 21억2000만 달러 적자, 본원소득수지는 20억7000만 달러 흑자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84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한은은 미국 관세 영향이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크지 않다고 봤다. 송 부장은 “관세 여파는 내년에 점차 더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