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실망·추가 규제 불안… 수도권 집값 불붙었다

입력 2025-10-03 00:23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값이 9월 내내 오름폭을 키우면서 25개구 전역이 상승 전환했다. 성동·마포·광진 등 ‘한강벨트’는 6·27 대출규제 이전 수준을 넘보고, 경기도 성남 분당과 과천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9·7 공급대책 실망감과 추가 규제 우려에 따른 매수세 강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은 9월 다섯째주(29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보다 0.27% 상승했다고 밝혔다. 35주 연속 상승이다.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가 상승했고, 전주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한강벨트가 상승세를 주도한다. 성동은 전주보다 0.78%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0.69%) 광진(0.65%) 송파·강동(0.49%) 용산(0.47%)이 뒤를 이었다. 광진은 2012년 5월 7일 관련 조사 이래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와 강남도 각각 0.24%, 0.20% 상승했다.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른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1차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20억원(14층)에 거래됐다. 6·27 대출규제 발표 당일 18억원(5층) 거래보다 2억원 높게 손바뀜했다. 마포구 도화동 우성 전용 141㎡(3층)도 20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주춤했던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일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4615건으로 7월(4049건)과 8월(4198건)을 넘어섰다. 9월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5000~6000건대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이 0.97%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분당 서현동 시범한양은 9월만 5차례 신고가 거래가 쏟아지는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천도 0.54% 상승했다.

9·7 주택 공급대책에 대한 실망감에 매수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첫째주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08%→0.09%→0.12%→0.19%→0.27%로 매주 오름폭을 키웠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원하는 지역이나 방법이 아니다 보니 매수 대기자들 사이에서 ‘구축이라도 사자’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 예고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나 추가 규제를 예고하면서 그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성동과 마포는 추석 연휴 이전이 ‘갭투자’ 기회라 보고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으로 과열이 확산할 우려가 있어 추가 대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문위원은 “서대문이나 영등포 같은 지역도 현장에서 호가가 마포 수준”이라며 “추석 이후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나 금융 규제 등을 검토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도 “추가 규제가 없으면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