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은 “빅테크 스테이블코인, 소상공인 대출절벽 부를 수도”

입력 2025-10-03 02:31
국민일보DB

한국은행이 빅테크 기업들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움직임에 재차 강한 우려를 표했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광범위하게 확대될 경우 사회적 취약계층의 ‘대출절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까지 거론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인수를 추진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노리는 네이버의 향후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한국은행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내 도입 및 활성화에 따른 검토 의견’ 자료에서 한은은 “빅테크 등에 독자적인 통화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우려하는 빅테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여파의 핵심은 ‘자금 이탈’이다. 한은은 “가계 예금에서 이탈해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입된 자금은 발행사 명의의 준비자산으로 전환된다”며 “이는 은행의 안정적인 수신기반 약화로 이어져 은행의 대출 여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액과 1대 1로 대응되는 만큼의 자산을 비축해야만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1000억원 어치의 ‘네이버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1000억원의 원화 잔고를 유지하고 언제든지 코인을 원화로 교환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2년 루나·테라 폭락 사태처럼 가격이 표면적으로만 유지되다가 휴지 조각이 돼버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처럼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대출 여력 축소는 상대적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은 대기업보다는 신용이 열위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간 비은행 기업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중론을 펴왔으며, 더 나아가 빅테크 등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이 민생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은 것이다.

한은의 이런 지적은 네이버가 공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꾀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최근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결국 한은은 통화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서 시장 초기 질서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규제 준수 역량이 높은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에서 발행한 뒤 점차 확대하는 방안이 신뢰성 제고 및 안정적 제도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디지털 금융 혁신의 추세 속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파장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혁신과 포용금융의 균형을 기한다는 정책적 원칙 하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