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현재 고1이 치르는 202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대폭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능위주 전형’이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수능 영향력을 축소한 것이다. 대학이 학생 잠재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가깝게 운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입시 현장에선 서울대의 상징성 때문에 다른 주요 대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일 교육계와 입시 업계에서는 서울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 사항’에서 수능 영향력을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정시는 모두 두 단계를 거쳐 학생을 선발한다. 2027학년도까지는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선발한다. 수능은 표준점수를 쓴다. 2028학년도부턴 수능 등급으로 3배수를 뽑는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보여주는 지표다. 난이도에 따라 최고점(원점수 만점)이 120~150점 사이에서 형성된다. 9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상위권 변별력이 훨씬 크다. 1등급에 턱걸이한 표준점수와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0점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
2단계 변화도 상당하다. 2027학년도까지는 수능 80%와 교과역량평가 20%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교과역량평가는 내신 등급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전반을 정성평가한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 수능 60%와 교과역량평가 40%로 바뀐다. 수능 점수는 표준점수 대신 백분위 점수를 쓴다. 백분위는 전체 수험생을 100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최고점은 100점이다. 최고점이 120~150점 사이에서 형성되는 표준점수보다 상위권 변별력이 작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능 점수로 당락을 가르지 않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며 “정성평가인 교과역량평가 반영 비율이 배로 올랐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강하게 걸린 변형된 학종과도 흡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상위권 대학으로 확산 전망은 엇갈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가) 고교학점제 세대에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의 상징성과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타 대학으로 확산할 수 있다. ‘서울대만 가능한 변화’란 시각도 적지 않다. 수능이란 안전판이 없어도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변화란 해석이다. 고려대, 연세대 등은 서울대 입시에서 불리해진 수능 고득점자를 수용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학별 구체적인 2028학년도 전형 계획은 내년 4월 발표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