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쌀과 달걀 등 먹거리 가격이 뛰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2%대로 상승했다. 지난 8월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통신요금 감면 효과가 사라진 데다 커피 등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도 이어지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 오른 117.06(2020년=100)으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1%에서 8월 1.7%로 주춤했지만 다시 2%대로 반등했다.
물가 상승세를 주도한 건 먹거리였다. 축산물은 소고기(4.8%) 돼지고기(6.3%) 등을 중심으로 5.4% 올랐고, 수산물도 고등어(10.7%) 등 가격이 급등하며 6.4% 상승했다. 달걀도 추석 수요 등 영향으로 9.2%나 급등하며 2022년 1월(15.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쌀은 지난 7~8월 잦은 비로 출하가 늦어지며 15.9%나 뛰었다. 다만 배추(-24.6%) 무(-42.1%) 당근(-49.6%) 상추(-17.7%) 등 채소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2% 내렸다. 가공식품 물가는 커피(15.6%) 등 가격이 오르며 4.2% 상승했다. 외식물가도 3.4% 올랐다. 원재료 및 배달비 수수료 인상, 지난해 명절 세일 행사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공식품 등 오름세로 공업제품 물가도 2.2% 상승하며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SK텔레콤 요금 할인 혜택이 반영된 지난 8월 -3.6%에서 지난달 1.2%로 상승 전환했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5% 오르며 전월(1.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국가데이터처는 브리핑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취재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2%대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통신요금 일시 할인 효과가 소멸하며 당초 예상대로 2% 수준의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환율과 유가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물가 상황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근본적인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관계부처가 식료품 물가의 상승 원인을 심층 분석하겠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