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동물학자로 침팬지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동물의 옹호자이자 유명한 침팬지 연구자로 기억될 구달 박사는 자연적인 원인(natural causes)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미국 강연 투어로 캘리포니아주에 머물고 있던 구달 박사는 학생들과 로스앤젤레스 인근 산불 피해지에 나무 심기 캠페인을 할 예정이었다.
구달 박사는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여겨지던 도구 사용을 침팬지도 할 줄 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해당 연구는 1964년 네이처에 발표되며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구달 박사는 침팬지에 숫자 대신 이름을 붙이고 실험실에서 포획된 상태가 아니라 야생에서의 침팬지를 관찰하며 당시 과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어미와 새끼의 유대, 형제간 경쟁, 수컷의 지배적 행동, 집단 간 싸움 등 침팬지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까지 새롭게 밝혀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본머스에서 자란 구달 박사는 어린 시절에 ‘타잔’ ‘닥터 두리틀’ 같은 고전 아동문학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런던에서 비서로 일하던 중 친구의 초대를 받고 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곳에서 저명한 고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며 영장류 연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구달 박사는 196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방송을 통해 널리 이름을 알리며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침팬지 서식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설립했다. 침팬지 서식지인 탄자니아 서쪽 곰베 지역의 연구를 지원하고 아프리카 환경 보호에 힘쓰는 등 1980년대 중반부터 환경운동가로서 활동에 주력했다.
구달 박사는 2002년 ‘유엔 평화의 메신저’로 임명됐고 2021년에는 인류 정신의 진보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영국 템플턴상을 수상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