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으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부동산 가격 차이나 교육 여건의 차이가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료 격차가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료 인프라의 지역 편중을 해소하지 못해 지방에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지방 소멸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연일 쏟아지는 의료 격차 관련 통계는 암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서초구의 기대수명은 90.11세지만, 경북 영덕군의 기대수명은 77.12세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이 211.5명인데 비수도권은 169.1명에 불과하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필수과목 전문의 수 격차는 더 크다. 수도권의 인구 1000명당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평균 1.86명이지만, 비수도권 평균은 약 4분의 1 수준인 0.46명이다. 지방 의료의 거점인 국립대병원도 의료인력 유출과 시설 노후화, 환자 감소의 3중고를 겪는 중이다. 어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지역 국립대병원이 함께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 취약 지역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던 공중보건의사마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3000명 선이 무너졌고, 조만간 1000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역 간 의료 격차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의료 격차가 수명의 격차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수도권 못지 않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