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육아서는 성경… 먼저 부모가 신앙 본보기 돼야”

입력 2025-10-10 03:03
이지남 ㈜52마켓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세운 52패밀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52’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1년 52주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아들을 지킬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갈대 상자에 담아 강물에 띄우는 믿음의 결단을 내렸다. 눈물의 작별 같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순종이었다. 그 믿음은 모세를 훗날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세웠다. 이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맡김의 신앙’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세상의 기준에 자녀를 맞추려는 마음과 하나님께 맡기려는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많은 부모들은 어떻게 담대히 갈대 상자를 준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엄마의 갈대 상자’(규장)를 펴낸 이지남(52) ㈜52마켓 대표를 서울 강남구 ㈔52패밀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세 아들과 가슴으로 낳은 딸을 둔 네 남매의 엄마이자, 구독자 10만명의 ‘지남쌤 성경공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성경 교사다. 보육시설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돌보는 52패밀리 사역도 감당하고 있다.


-갈대 상자 전략이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자라던 시절, 우리 가정은 10년간 재정적 광야를 지나야 했습니다. 그때 붙잡은 것이 ‘갈대 상자 전략’이었습니다. 요게벳이 모세를 강에 띄우기 위해 갈대 상자를 방수 처리하고 애굽 공주의 동선을 고려해 미리암을 지켜보게 하며 하나님께 맡긴 것처럼 우리도 자녀에게 최선을 다한 뒤 하나님께 온전히 맡겼고 그 인생을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고 믿었습니다. 이 믿음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대표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세 자매 중 장녀로 자라며 늘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책감 속에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1997년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일찍 결혼해 도망치듯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죠. 이후 미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했지만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오히려 깊어졌습니다. 셋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내 인생의 방향도 모르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라는 두려움에 우울감까지 겪게 됐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30대에 남편을 따라간 교회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때 ‘자녀에게 올바른 지침을 주려면 내 정체성과 사명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에 스무 시간 가까이 말씀을 연구했습니다. 하나님을 깊이 알아갈수록 성경이야말로 최고의 육아서임을 깨닫게 되었죠. 학창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사랑으로 쓴 뿌리를 끊고 자녀에게 복을 물려주자’는 다짐으로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육아법’은 무엇일까요.

“자녀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부모의 권위만으로는 아이를 온전히 세울 수 없고, 특히 사춘기에는 갈등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결국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강력한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를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가’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 부모의 태도는 통제가 아닌 존중과 사랑으로 바뀌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녀를 지으신 하나님께 묻고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양육법입니다.”

-그러나 ‘묻고 맡긴다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둘째 아들이 중학교 시절 늘 ‘뒤에서’ 전교 3등을 유지할 때, 마음으로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라며 다짐했지만 조급함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을 신뢰하는 믿음이 그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인내와 기다림은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믿고 맡기는 것입니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아들이 ‘엄마가 믿고 기다려준 것이야말로 가장 큰 힘이었다’고 고백했을 때, 그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슴으로 낳은 딸, 넷째의 이야기도 놀랍습니다.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이모·삼촌이 돼 가정을 경험하게 하는 52패밀리 사역을 통해 넷째 하랑이를 입양하게 됐습니다. 양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는 엄마의 부재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고 사람을 경계하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과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 안에서 점차 치유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자립준비청년 조카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책을 펴내기까지 3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화목한 가정을 경험하지 못해 두렵다’는 어느 조카의 고백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책이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건강한 가족 공동체를 세우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사진=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