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습관 바꾼 다이소식 박리다매… 자리 잡은 ‘1000원의 질서’

입력 2025-10-02 00:19 수정 2025-10-02 00:19

유통가에 초저가 바람이 거세다. ‘다이소식 박리다매’를 벤치마킹해 ‘1000원 마케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다. 대형마트부터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까지 전방위로 가성비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업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마트24는 새로운 자체 브랜드 ‘옐로우’(Ye!low)를 공식 론칭했다고 1일 밝혔다. 브랜드명 ‘옐로우’는 이마트24의 대표 색상인 노란색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품질을 담보하고(ye!) 가격은 낮췄다(low)’는 의미를 담았다. 자체브랜드 상품은 모두 옐로우 브랜드로 바꾸고 신상품 출시도 늘려갈 예정이다. 이날 새로 출시된 13종 가운데 10종은 과자·제지류·간편식품·유제품 등 기존 ‘아임이’ 브랜드 제품을 리뉴얼한 상품이고, 3종은 과즙티 콘셉트의 신제품 음료 ‘프루티’ 시리즈다.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지난 8월 선보인 초저가 브랜드 ‘5K 프라이스’를 출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5K 프라이스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두부(400g·980원)가 16만개, 콩나물(400g·980원)이 13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모든 상품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이 브랜드는 올 하반기 250종까지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역시 델리 코너 ‘요리하다 월드뷔페’ 시리즈를 3000~4000원대 균일가로 출시했다. 일부 메뉴는 협력사를 통해 반가공 형태로 들여온 뒤 마트에서 조리해 판매가를 낮췄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대표 패션 브랜드 무신사는 클렌징폼, 세럼, 토너, 크림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사진) 8종을 3900~5900원대의 가격에 내놓으며 ‘초저가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과 협업해 품질을 확보하고, 대량 생산으로 단가를 낮추며 낮은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다. 무신사는 바디케어·선케어 등 필수 카테고리로 제품군 확장을 예고했다.

편의점 업계도 맞불을 놨다. CU는 삼각김밥, 핫바 등을 990원에 구성한 ‘990 시리즈’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000원 이하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29.8% 늘며 최근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GS25는 자체 브랜드 ‘리얼프라이스’로 1000원대 상품군을 확대해 1년 만에 라인업을 40종으로 늘렸다. 관련 매출이 지난 1~8월 기준 전년 대비 6.9배 증가했다.

업계 전반에 확산되는 ‘초저가 질서’의 출발점에는 다이소가 있다. 다이소는 500원부터 5000원까지 6단계의 고정 가격 체계를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한 가격’과 ‘부담 없는 소비’를 학습시켰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9.4%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한 자릿수 중반에도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소의 고정가 전략은 단순히 가성비를 내세운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구매 습관 자체를 바꾼 사례”라며 “유통 전반이 이 모델을 참고하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 곧 충성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