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환율정책 합의… ‘조작국’ 꼬리표 뗐다

입력 2025-10-01 18:45

앞으로는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 조치 내역을 미국에 월별로 공유한다. 이와 함께 한·미 재무당국은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통화 가치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이런 내용의 환율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재무·통상 2+2 협의’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환율이 의제에 포함된 뒤 관세 협상과는 별도로 고위·실무급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우선 투명성 강화 조치가 포함됐다. 현재 분기별로 정부가 공개하는 시장 안정 조치 내역은 월 단위로 미국 재무부에 공유하기로 했다. 단 비공개를 전제로 했다. 월별 외환보유액과 선물환 포지션은 국제통화기금(IMF) 양식에 따라 공개한다.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은 연도별로 공개 범위를 넓혔다.

양국은 또 상호 무역 경쟁 상황에서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명확히 했다. 구체적으로는 거시건전성·자본이동 관련 조치는 환율 목표가 아닌 금융안정 목적임을 명시하고, 정부투자기관의 해외투자 역시 경쟁적 환율 유도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환시장 개입도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 대응에 한정하고,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양쪽 모두 똑같은 원칙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대칭적 개입’ 원칙을 명문화했다.

미국이 문제 삼은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는 한국 정부의 설득으로 최종안에서 빠졌다. 미국은 지난 6월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같은 행위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하며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모니터링 대상을 명시하는 대목에서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앞서 미국과 환율정책에 합의한 일본·스위스의 합의문에는 없는 내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측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반영된 사항”이라며 “한국 외환시장에 불안이 생기면 미국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협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의 뜻대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진행될 시 양국 간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번 합의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우려가 사실상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찰대상국 제외 여부는 대미 상품 및 서비스 무역흑자 15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GDP의 2% 이상 및 8개월 이상 외화 순매수 등 3가지 정량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찰대상국 지정 여부는 11월에 나올 환율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