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인 20대 A씨는 최근 서울의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샀다. 소득세나 증여·상속세 신고조차 하지 않은 A씨가 갑작스레 고가 아파트 소유주가 된 것이다. 자금 출처를 둘러보던 세정 당국은 A씨 부친이 소유한 자산 변동 내역에 주목했다. 그 결과 A씨 부친이 자녀 매매 계약을 앞두고 보유하던 주택을 수십억원에 매각하고 해외주식을 팔아 십수억원의 양도차익을 올린 점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 자금이 편법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A씨와 가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국세청이 ‘한강벨트’ 등 서울 지역 초고가 거래 주택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10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8월 49명의 외국인 부동산 탈루 혐의자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2개월 만에 추가 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대는 서울 부동산 가격이 추가 세무조사의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달 7일 개최한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초고가 주택 및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거래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대상은 1차와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내에서 5000여건을 추려냈다. 대상자는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소유주 및 고액 전·월세 거주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외국인과 30대 이하 연소자, 가장매매로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받은 이들로 유형이 분류된다. 특히 비과세혜택을 노려 2주택자이면서 서류상으로만 한 채를 친인척이나 특수관계법인 명의로 돌리는 가장매매에 주목했다. 외국인에 초점을 뒀던 1차 조사보다 범위를 대폭 늘렸다.
국세청은 부동산 이상 거래와 관련한 세무조사를 상시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시장 이상 거래 방지와 편법 증여 및 세금 탈루 등 불법 행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기 위한 조치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앞으로 시세 조작 중개업소와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