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오는 4일 치러지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양강 구도를 깨고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야권의 총리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해 자민당 새 총재가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소속 중·참의원 295명 중 가장 많은 72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57명,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37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고이즈미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다카이치가 뒤처지면서 하야시에게 따라잡힌 모양새다.
아사히는 “조사에 참여한 의원 270명 중 226명이 지지 후보를 밝혔다”며 “나머지 44명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20%의 의원 표심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의원 전원이 1표씩을 행사하고 100만명 이상의 당원·당우(당 후원 단체 회원) 표를 의원 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해 총 590표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가 결선투표로 넘어가는데, 이 단계에선 의원 전원과 도도부현 대표 47명이 1표씩 행사하게 된다.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 의원들의 중의가 최종 승자를 결정할 수 있다.
고이즈미에 대한 지지세는 당내 계파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나타났다. 아사히는 “무파벌 의원 33명과 유일하게 존속 중인 파벌인 아소파(43명) 소속 의원 가운데 14명,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이 고이즈미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는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현직 각료로서 쌀값을 안정화하는 성과를 냈고, 강경파인 다카이치와 다르게 중도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다카이치는 옛 아베파(아베 신조 전 총리 중심 파벌) 의원들의 지지만을 집중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9월 22일 선거전 개시 이후 “나라현의 사슴을 외국인이 발로 찬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비판을 자초했다.
다카이치의 당내 지지세가 후퇴하는 동안 온건한 중도 보수 성향의 하야시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아사히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계열 의원 26명과 이시바 내각의 현직 각료들이 하야시를 지지한다”며 “참의원에선 하야시가 고이즈미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는 “하야시가 토론회에서 가장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등 안정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고이즈미의 득표율 1위를 예측하며 “다카이치와 하야시가 2위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선행도 낙관하지 못하게 된 다카이치는 지난 30일 당내 거물인 아소 다로 전 총리를 찾아가 25분간 면담했다. 지지통신은 “다카이치가 아소파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소는 즉각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