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이 지난해보다 약 13% 늘며 3년6개월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도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의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이 효과를 낸 덕분이다. 특히 반도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전체 수출을 이끌었고 자동차 수출도 9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다만 주력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세가 여전한 데다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기 이전 ‘밀어내기 수출’로 실적을 떠받치는 측면도 있어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서 9월 수출액은 659억5000만 달러로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64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8.2% 늘었다. 9월 무역수지는 95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조업일은 지난해보다 4일 늘었지만 이 요인을 배제해도 9월 일평균 수출액은 27억5000만 달러다. 역대 9월 중 2위 수준이다.
수출 호조를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166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136억2000만 달러)보다 22.0% 늘며 8월(151억 달러)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반도체 수출이 16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메모리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자동차 수출액은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도 64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6.8% 증가했다. 역대 9월 중 최고 수준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19억1000만 달러)이 2.3% 감소했지만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SI)에서 각각 54.0%, 77.5% 크게 늘며 부진을 상쇄했다.
전체 수출액 증가는 시장 다변화 노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대아세안 수출이 110억6000만 달러로 역대 9월 중 최고 실적을 거뒀고, EU(19.3%) 인도(17.5%) 등으로의 수출도 일제히 늘었다. 중국으로의 수출도 4개월 만에 증가세로(0.5%) 돌아섰다.
그러나 최대 교역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2개월 연속 부진했다. 9월 대미 수출은 102억7000만 달러로 1.4% 감소했다. 미국 관세 직격탄을 맞은 품목일수록 감소세는 두드러졌다. 철강 수출은 2억 달러로 14.7% 줄었고, 이차전지(-8.8%) 무선통신기기(-6.9%) 컴퓨터(-13.2%) 석유화학(-2.8%) 등도 부진했다.
앞으로의 수출은 한·미 관세 협상 최종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는 아직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해 지난 7월 협상에서 거론된 인하율 15%가 아닌 25%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수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경각심을 갖고 기민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