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유커 잡아라”… K푸드 앞세우고 간편결제 확대하고

입력 2025-10-02 02:03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유통업계가 활기를 찾고 있다. 주요 관광지에 위치한 점포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며 업계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종로구 GS25 뉴안녕인사동점.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캐릭터인 사자보이즈와 더피가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반겼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K푸드 전용 매대를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러시아에서 온 앨리스(19)씨는 “라면과 바나나맛 우유를 너무 좋아한다”며 “맛이 다양하고 저렴한 삼각김밥도 꼭 사 먹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K컬처 열풍에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며 유통업계가 한층 분주해졌다. K푸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며 외국인 소비자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편의점업계는 ‘핫템’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다. GS25는 지난달 케데헌 간편식을 출시해 2주 만에 8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캐릭터가 그려진 패키지 디자인과 랜덤씰 동봉으로 글로벌 팬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 전략이 주효했다. CU도 관광지 점포를 중심으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발주량을 2~3배 늘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바나나 우유는 CU의 해외결제수단 판매 1위 상품이다. 아이시스와 삼다수 등 생수를 제쳤다. CU 관계자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항상 언급되는 한국여행 상징 아이템으로 특이한 맛과 패키지가 인기”라고 전했다.

제과업계도 기념품화 전략에 나섰다. 오리온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손잡고 ‘비쵸비’ 국립중앙박물관 에디션을 내놨다. 케데헌 속 더피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호작도’를 비롯해 유물 8종을 패키지 디자인에 담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쵸비는 일본의 ‘도쿄바나나’ 대만의 ‘펑리수’처럼 한국여행 필수 구매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보인 한복 디자인 패키지 ‘비쵸비 코리아 에디션’도 호응을 얻었다.

대형마트도 외국인 특화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15일까지 외국인 방문 비중이 높은 10개 점포에서 ‘K푸드 페스타’를 연다. 김스낵·K뷰티 상품 등을 할인하고 2만원 이상 구매하면 한식을 형상화한 스티커 세트를 증정한다. 삼양식품도 외국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불닭 기프트박스’를 판매한다.

관광객 결제·서비스 인프라도 강화되고 있다. GS25와 CU는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중화권 간편결제 프로모션을 확대했다. 서울 중구 명동 등 주요 관광지 점포엔 환전 키오스크를 배치해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배달의민족도 국내 배달앱 최초로 위챗페이·알리페이플러스 결제를 지원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숙소에서 K배달 문화를 경험하게 하려는 전략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월 누적 외래 관광객 수는 123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본격화하면서 침체됐던 유통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관광객을 겨냥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