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민족 1국가가 제헌 이후 변함없는 헌법정신”이라는 공식 입장을 국회에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최근 수차례 언급한 이른바 ‘평화적 두 국가론’과 거리를 둔 것으로, 핵심부처와 싱크탱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셈이다.
통일연구원은 1일 이재명정부 통일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역대 한국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특수관계론, 대화 채널 복원 및 공존 번영에의 노력, 교류·관계 정상화, 비핵화 구상 등이 역대 정부 기조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평화적 두 국가론에는 선을 그었다. 통일연구원은 관련 질의에 “우리나라는 1민족 1국가, 즉 통일을 국시로 삼고 있으며 이것이 제헌 이후 변함없는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도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 언급을 두고 위헌적 발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실질적으로는 남북한 두 개의 정치 실체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며 “특수관계라고 규정한 이유는 통일을 지향하기 때문인데, 두 국가 관계로 본다면 그것은 영구 분단”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관계와 두 국가가 병존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취지다.
김 원장은 이런 기조가 헌법 개정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가 그 대상이다. 해당 조항을 두고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9월 두 국가론을 꺼내며 삭제 또는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반면 통일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하는 개념이며, 통일을 지향하는 기조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핵심은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으로, 국제적으로는 (북한도) 국가라는 점에 합의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두 나라라는 실체를 인정하자는 발언에 대해 위헌성을 지적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홍용표 한양대 교수는 “통일을 얘기하면 평화가 어려운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두 국가론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해석하는 것도 너무 한쪽만 강조하는 시각”이라며 “보다 유연한 방향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