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사절’에 상처, 알바 30여곳 퇴짜에 좌절

입력 2025-10-02 02:03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윤웅 기자

은퇴 후 일자리를 찾던 박모(68)씨는 아파트 내 꽃집 아르바이트로 일했지만 이틀 만에 해고됐다. 꽃집 사장은 박씨가 꽃을 구별하고 포스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박씨는 같은 꽃집의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에 ‘60세 이상 노인 사절합니다’라는 문구가 추가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박씨는 1일 “노인이고 일이 느리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사장의 마음은 이해 가면서도 당장 돈이 급한데 일할 곳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인 1000만명 시대에 은퇴 후 일자리를 찾는 고령 인구는 늘고 있지만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4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2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노인들이 스스로 일자리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구직 사이트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별도의 채용페이지가 있고 택배 상하차 등의 다양한 일자리도 소개하고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채용페이지는 마련돼 있지 않다. 박씨처럼 단기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중장년층과의 경쟁에서 나이가 많은 고령층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구직사이트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노인들이 ‘50대같이 일하는 성실한 60대’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60대’ 등의 문구로 본인의 강점을 어필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30년간 다니던 기업에서 은퇴한 황모(65)씨도 생활비가 부족해 30여곳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황씨는 “편의점 등 대부분 아르바이트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한다”며 “아내가 아프다 보니 병원비로 들어갈 돈이 많은데 당장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가 고령층의 안정적 일자리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에서도 노인들이 근로능력이 있다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노인의 신체적인 조건을 고려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은 정부가 정한 ‘노인의 날’이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