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속 비웃는 장난감 ‘뻥튀기 포장’… “과태료 내면 그만” 배짱

입력 2025-10-01 18:53 수정 2025-10-02 00:20
게티이미지뱅크

“장난감을 산 건지 쓰레기를 산 건지 모르겠다.”

최근 자녀 추석 선물용으로 장난감을 구매한 직장인 여성 이모(40)씨가 택배 상자를 열면서 한숨을 쉬었다. 플라스틱과 종이로 겹겹이 쌓인 포장을 제거한 뒤 나타난 제품 크기는 상자에 비해 너무 작았다.

최근 5년간 이 같은 과대포장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업체 상위권은 대부분 장난감 제조·유통사였다. 현행법상 장난감은 35% 이하의 포장 공간 비율을 허용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과대포장으로 간주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제재 수위가 과대포장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과대포장 단속에서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업체는 ㈜밤나무(26건)로 파악됐다. 이어 잼버스코리아㈜(21건), ㈜토이트론(19건), 오로라월드㈜(18건) 등 순이었다. 상위 4개 업체 모두 장난감·완구 회사다. 이들 업체는 건마다 8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감 주문이 급증하는 추석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을 전후로 한 과대포장 집중단속도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단속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단속이 제각각이다. 그만큼 실효성 있는 단속이 어렵다. 실제로 연도별 과대포장 적발 건수는 2022년 152건, 2023년 137건, 2024년 88건으로 감소세다. 탈플라스틱 컨트롤타워인 기후부 관계자는 “기후부는 지자체에 (과대포장 단속에 관한) 의견을 건의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대포장 문제가 근절되지 않은 데는 ‘과대포장을 포기하느니 수십~수백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내면 된다’는 업체들의 계산도 깔려 있다. 장난감 과대포장이 판매에 일조하기 때문에 과대포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장난감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오염뿐 아니라 환경교육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비영리 자원순환 환경단체) 사무총장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난 장난감이 과대포장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며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자체 단속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기후부 차원의 단속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과대포장을 정기적으로 단속하는 것부터가 자원 재활용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