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파 코드제로 떴다”… 출동 5분만에 대테러작전 돌입

입력 2025-10-02 00:04
경찰이 1일 서울 광진구 구의초등학교에서 폭파 협박 팩스 접수와 폭발물 해체 등의 상황을 가정한 대테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9시45분쯤 서울 광진구 구의초등학교 앞. 방탄복과 탐지 장비를 갖춘 화양지구대 경찰관들이 집결했다. 곧이어 광진경찰서와 기동순찰대 등 37명도 순찰차와 경찰버스를 타고 학교 앞으로 몰려들었다. 5분 전 학교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팩스가 접수돼 ‘코드 제로’(경찰 대응 최고단계)가 발령된 직후 경찰이 폭발물 탐지 수색에 나선 것이다.

최근 거듭되는 폭발물 테러 협박을 가정해 진행된 야외 모의훈련은 오전 9시40분 일본 변호사를 사칭한 협박범의 팩스가 접수된 뒤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학교 체육관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검정 가방이 발견됐고, 광진서 상황실은 무전을 통해 곧바로 “출동 바란다”는 지시를 내렸다.

출동한 경찰들은 5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곧바로 학교 체육관 주변에 1차 통제선을 설치했다. 초동대응팀은 오전 9시55분쯤 체육관 주차장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검은색 가방을 수거했다. 경찰은 학교 담장에 2차 통제선을 치고 남아 있는 학생이나 폭발물이 없는지 학교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다. 이후 학교 내에 폭발물이 없다는 게 최종 확인된 오전 10시10분쯤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으로 훈련이 마무리됐다. 현장에 참여한 광진서 소속 한 경찰은 “신고 접수부터 주민 대피, 현장 수색까지 절차를 다시 숙지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폭발물·테러 등 허위 신고 건수는 2022년 4235건에서 지난해 5432건으로 28.3% 늘었다. 올해 7월까지도 2933건에 달한다.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실존 일본 변호사 명의가 도용된 협박 팩스·메일은 2023년 8월부터 지난 8월까지 51건 접수됐다.

앞서 전국 학교들에도 폭파 협박이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4곳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일본발 허위 협박 메일이 전송돼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 26일에는 경기 용인시 대안학교와 고등학교 등 학교 4곳에 비슷한 내용의 폭파 협박 메일이 전송됐다.

경찰은 계속되는 폭발물 테러 협박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훈련을 지휘한 박재영 광진경찰서장은 “훈련을 해두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경찰도 우왕좌왕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다 대피하고도 혹시나 학교에 남아 있는 인원이 없는지 점검하고 촘촘한 수색 훈련을 통해 절차상 단계별 개선점이 없는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