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씨가 말랐다’ 가을 이사철 앞두고 전세대란

입력 2025-10-02 00:18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을 선호하는 데다, 높아진 전세대출 문턱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확대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영향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2.4로 전주보다 0.4 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기준점 100을 초과하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전세가도 0.09% 올랐다. 지난 2월 첫째 주 이후 34주 연속 상승 중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역세권과 거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계약이 체결되며 서울 전체에서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6·27 대출규제 영향으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하면서 전세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규제지역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아파트 입주장에서 갭투자를 막았다. 지난 7월 21일부터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종전 90%에서 80%로 인하해 전세대출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여신 심사를 강화했다. 9·7 공급대책에선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보증기관 구분 없이 수도권·규제지역에서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증가하며 매물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예·적금 금리 인하는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3년 1월 12일 5만5882건까지 늘었지만, 전반적인 우하향 흐름을 거쳐왔다. 1일 기준 매물 건수는 2만4309건으로 떨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은행예금 연이율이 2.5%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전월세 전환 이율은 거의 5%다. 집주인들에게는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다”며 “보증금을 내줄 능력이 있거나 임대료가 오른 경우 증액분을 월세화하는 경향이 더해지며 순수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