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급등 뒤 폭락했다 투자자 위험 커지는 알트코인

입력 2025-10-02 00:51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하루 이틀 뒤 폭락. 최근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되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원화 암호화폐 거래소 ‘투톱’인 업비트와 빗썸이 경쟁하듯 알트코인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이 패턴이 반복됐다. 거래소들이 점유율 확대에만 골몰하면서 개인 투자자 위험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9월 한 달 업비트와 빗썸 원화 마켓에 상장된 알트코인은 대부분 상장 첫날 고점과 비교해 반 토막 이상 폭락했다. 이 기간 업비트에 상장된 알트코인은 15개인데 9월 말일 종가 기준 모두 손실이었다. 같은 기준으로 빗썸에 상장된 21개 중 20개의 알트코인이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29일 업비트와 빗썸에 동시 상장된 ‘팔콘파이낸스’는 첫날 급등 뒤 곧바로 추락했다. 업비트에서 팔콘파이낸스는 상장 첫날 고점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89.03%까지 떨어졌다. ‘바운드리스’와 ‘제로지’ 등도 첫날 고점에서 80% 이상 밀려났다.

업계에선 업비트의 상장 기조 변화에 주목한다. 업비트는 그동안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유지했지만 최근 빗썸의 점유율 추격이 거세지자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지난 9일 월드코인(WLD) 효과로 점유율을 업비트와 대등한 수준인 45%까지 끌어올렸다”며 “업비트가 위기감을 느끼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샘 올트먼이 추진한 월드코인도 지난 9일 뒤늦게 상장했다. 그간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장을 미뤄왔지만 빗썸의 점유율 추격을 의식하고 기준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난 22~28일 서울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 ‘KBW(Korea Blockchain Week) 2025’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행사 참석차 국내에 해외 알트코인 재단 관계자들이 입국했고, 이들이 거래소와 접촉하면서 상장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 닥사(DAXA) 컨퍼런스룸에서 가상자산사업자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이벤트와 고위험 상품 출시 등 단기 실적에만 몰두한 왜곡된 경쟁으로 이용자의 신뢰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 원장 발언이 최근 업비트와 빗썸의 무분별한 알트코인 상장 경쟁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