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장기 연체 113만명 16조원 채권 추심 즉시 중단

입력 2025-10-02 00:49

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취약층의 빚을 탕감해주는 이재명정부의 배드뱅크가 ‘새도약기금’이라는 이름으로 1일 출범했다. 오랜 기간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113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도약기금이 많은 연체 채권을 넘겨받아야 하는 대부업계의 협조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와 캠코(자산관리공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열고 이달부터 채권 매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와 취약층의 빚이 크게 늘었는데 민생 회복이 지연돼 특단의 채무 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사람 중 중위소득 60% 이하고 생계형 재산 외에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자영업자와 개인이다. 113만4000명의 채권 16조4000억원어치가 해당된다. 대상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채권 소각’부터 ‘원금 30~80% 감면’까지 다양한 혜택을 준다. 채무자가 별도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했을 때와 상환 능력 심사를 마쳤을 때 각각 한 차례씩 채무자에게 통지한다.

금융 당국은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5년 이상 연체 중인 채무자에게는 새도약기금과 같은 수준의 특별 채무 조정 혜택을 줄 예정이다. 7년 이상 연체 후 조정 중인 자에게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의 저리 대출을 3년간 내준다.

지원 대상자의 도덕적 해이는 상환 능력 심사를 꼼꼼히 해 최소화한다. 채권을 매입한 뒤 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 사행성 업종이나 유흥업 등으로 빚을 진 자영업자의 채권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관건은 대부업계의 협조를 얻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새도약기금의 평균 채권 매입가율을 5% 선으로 제시했다. 1000만원짜리 채권을 50만원에 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 장기 연체 채무자의 채권을 다량 보유한 대부업계는 매입가율이 너무 낮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계는 통상 장기 연체 채권을 20~30% 가격에 가져온다”면서 “출범식에 정성웅 대부금융협회장이 참석하기는 했지만 개별 업체가 얼마나 잘 협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기 연체 채권을 사들여 채권 회수나 담보 처분을 통해 돈을 버는 부실채권(NPL) 기업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