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백악관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핵 문제 언급 없이 북한과 대화하는 데 열려 있느냐’는 언론 질의에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주 비슷한 질의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전제조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이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한반도를 안정화시키는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과거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지속해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내 왔다. 트럼프는 지난 8월 25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달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그것을 추진하겠다. 가능하면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침묵하던 김 위원장도 최근 대화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북·미 대화에 열린 입장을 나타내면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