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막을 내린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에서 각 교단은 헌법 개정과 규칙 보완, 이단 결의 등 현안을 처리하고 미래 방향을 점검했다. 그러나 여성의 교회 참여를 독려하는 안건은 표결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고 장시간 회의 시간에 비해 빠른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의사결정의 비효율성도 드러났다. 국민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총회 주요 결의를 살펴보고 한국교회 미래를 위한 조언들을 살펴본다.
한국교회의 교세 감소로 인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올해도 다수 교단의 교인 수는 줄어들었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교회의 3분의 2를 구성하는 여성 관련 안건들은 부결되거나 보류됐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장봉생 목사) 총회는 지난해 말 기준 교인 수가 224만2844명으로 전년 대비 7686명 줄었다. 예장통합(총회장 정훈 목사)은 교인 수는 219만919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7063명 감소했으며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최인수 목사)는 재적 교인이 2만184명 줄어든 29만2746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참여 확대 또 좌절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교단들은 안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남성만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고 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의 비율을 높이자는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는 예장합동은 남성 안수만 허용할 계획이다. 목사의 자격을 ‘만 29세 이상 남자’로 개정하는 헌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여성 목사 안수의 길은 완전히 막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한 회기 동안 노회 수의(首議)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수의란 개정 헌법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전국 노회원들에게 묻는 절차다. 여성사역자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구성해 달라는 헌의는 통과됐으나 여성 사역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증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예장통합은 ‘총대를 1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는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파송한다’는 안건을 단 2표 차로 부결시켰다. 투표 결과 찬성 494표, 반대 496표가 나왔다. 올해는 여성 안수 법제화 30주년으로 총대 확대를 위한 교회 여성들의 노력이 이어졌기에 실망감이 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총회 마지막 날 이 안건이 규칙부로 넘어가 총회 공천 조례에 삽입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규칙부는 일 년간 논의를 거쳐 내년 총회에 다시 한번 관련 안건을 청원한다. 헌법보다는 강제성이 떨어지지만 추후 더 발전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개교회 여성 인재 발굴도 절실
여성 총대 법제화 이전에 각 교회에서 먼저 여성 지도력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성 총대는 목사나 장로만 가능한데 특히 여성 장로는 교회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이종화 목사)는 ‘장로 임직 3인 이상 시 여성 장로 1인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는 헌의안을 논의했으나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먼저 정치부가 안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본회의에서 한 총대는 “대부분 교회에 여성 장로가 없어 당회가 민주적인 대의기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표결 끝에 최종 부결됐다.
윤효심 예장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는 “각 교회가 먼저 여성 목사와 장로를 많이 배출해야 여성들이 노회도 많이 올 수 있고 노회가 파송하는 총대도 될 수 있는 구조”라며 “이에 따라 교회 내 여성 장로 30% 배출, 남성 부목사 3명당 여성 부목사 1명 청빙 등의 운동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예장합신(총회장 김성규 목사)은 이번 총회에서 ‘이단 규정 표준 기준안’을 공식 결의했다. 한국교회이단대책위원장협의회(회장 황익상 목사)가 마련한 이번 표준안은 교단별로 제각각이던 이단 규정 잣대를 일원화하는 첫 시도다.
표준안 기준은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등 조직신학 각론별로 이단 단체들의 주장과 정통 교리 기준을 대조해 정리했다. 표준 기준안 채택 움직임이 향후 다른 교단에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용미 장창일 김동규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