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주국방과 전작권 전환, 방향 맞지만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25-10-02 01:30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국군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국방과 전작권 전환은 당연히 이뤄야 할 과제지만 우리의 전력 및 안보 환경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미국과의 군사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목표 달성에 매달리다 동맹국과 주변국은 물론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국정과제에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포함됐을 만큼 현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적극적이다. 전작권은 전시에 한·미 연합전력을 총괄 지휘·통제하는 권한으로 한·미는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바 있다. 전작권 전환 과정은 1단계 최초작전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거쳐 이뤄지는데 1단계 검증은 2019년 8월 통과했고, 2단계는 2022년 조건부 통과로 평가를 완료한 후 현재 이를 검증 중인 단계로 알려져 있다. 한·미가 합의한 3가지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우리 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은 객관적 지표로 파악 가능하지만 동맹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과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보 환경은 우리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정부 내에서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핵우산 등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미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북·러가 사실상 군사 동맹을 맺고 중국까지 밀착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시 어려운 과제다.

자주국방은 우리 군의 자체 전력 강화와 함께 동맹과의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중 일부 야외기동훈련이 연기되고 이달 중순 예정된 ‘호국훈련’의 연기를 검토하는 상황 등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군에 전작권을 조기에 넘겨주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회자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환경을 우리 군과 동맹이 구축하는 게 먼저다. 시한을 정해놓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