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결핍이 나의 힘…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포모”

입력 2025-10-03 00:02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부동산과 제테크 분야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부읽남TV’ 운영자 정태익 더하이에듀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 소재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과소비를 해 후회가 된단 구독자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단호하지만 따뜻한 쓴소리를 날린다. 치솟는 집값 탓에 “이번 생엔 못 산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때면 “부동산은 인생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공간”이라며 관심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같은 조언의 주인공은 16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부읽남TV’ 운영자 정태익(42) 더하이에듀 대표다. 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1시간30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답변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부동산 문제가 그만큼 예민하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쓴 표현도 “조심스레 답하자면”이었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유튜브는 왜 시작했나.

“부동산 투자를 하며 알게 된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이게 정답이야’라며 깨닫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그래서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 이야기를 해봤는데, 잘 먹히지 않았다. 그러면 유튜브로 전달을 해보자는 생각에 ‘절대로 전세 살지 마라’ 영상을 올렸고, 좋은 반응을 얻어 여기까지 왔다.”

-말씀하신 것처럼 ‘절대로 전세 살지 마라’ 영상이 소위 대박을 쳤었다. 생각엔 변함없나.

“내가 살아온 경험을 콘텐츠로 녹여내는데, 나 역시 이사를 8번 넘게 하며 항상 월세를 살았다. 영상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그렇지 전하고 싶은 말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자산 소유권을 획득하자’는 것이다. 자산으로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내야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돈이 시장에 계속 풀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또 하나 더하자면 전세를 살다 보면 높은 확률로 씀씀이가 커진다.”

-왜 그런가.

“가령 매매가격이 10억원인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려면 내 돈 5억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10억원짜리 아파트에서 실거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파트 거주자가 전세입자만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빚을 끼고 집을 산 사람도 있을 거고, 여유가 있어 전액 현금으로 매수한 사람도 있을 거다. 자연스레 이들 생활 수준에 맞춰야 한단 압박을 받으면 생활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튜버에 부동산 투자 사업에 강연까지 몸이 10개라도 모자라 보인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월요일은 개별 상담, 화요일은 라이브 방송 준비 및 진행,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유튜브 채널에 올릴 각계 전문가 인터뷰 영상을 만든다. 주말엔 부동산을 보러 다니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안에 업무를 끝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된다. 회사원이 좋아하는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란 말을 잊고 산 지 10년이 넘었다.”

-반지하 집에 살다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을 거쳐 ‘대형 유튜버’가 됐다. 성공 원동력이 궁금하다.

“결핍이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반지하에서 자랐다. 같은 반엔 재벌 3세, 중소기업 자녀,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함께 있었다. 그때 느낀 패배감이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결핍을 기회로 바꾸려면 공부밖에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책을 읽고,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하며 차근차근 나아갔다.”

-터닝포인트가 있었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보면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란 문구가 나온다. 이 문구가 인생을 바꿨다. 대학 땐 주식을, 취업 후엔 부동산을 레버리지로 이용해 투자했다. 투자는 남들이 관심 없는 곳에 숨겨진 돈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돈을 만들어낸단 의미를 안 뒤 인생이 바뀌었다.”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과 9·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구독자 수 변화가 있나.

“구독자 수는 크게 변한 게 없다. 대신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가 확 늘었다. 지난달 30일과 23일에는 6000명, 6500명이 각각 접속했다. 평소 3000~4000명, 부동산 시장 냉각기엔 2000명 정도 라이브 방송을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잇단 정부 대책 발표 후 크게 증가했다고 본다.”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접속했을 때 나오는 첫 화면(위쪽 사진)과 3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 ‘절대로 전세 살지 마라’의 썸네일. 유튜브 캡처

-현재 부동산 시장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포모’(FOMO·소외에 대한 공포)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갈아타기를 원하는 유주택자와 전·월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사람들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흐름 특징이 뭐냐면 단기간에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까지 훅훅 뛴다는 것이다. 큰돈이 오가는 거래이기 때문에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신중하지만, 그래도 파는 사람은 조금 여유가 있다. 협상 여부에 따라 가격을 어느 정도는 깎아줄 수 있다. 그런데 매수자 입장은 다르다. 가용 재원은 한계가 있는데, 자고 나면 몇천만원씩 집값이 오르니 눈여겨본 매물을 놓칠 수 있단 공포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아쉽게도 다주택 규제 완화, 비아파트 지원 대책이 빠져서 ‘똘똘한 한 채’ 분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 핵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수적인 정책 변화만으론 대세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 과거처럼 세금 중과나 대출 추가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증 수요 억제 정책을 다시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투자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팔릴 만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집을 살 때 자기가 그 집 주인이라고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러곤 스스로에게 집을 팔고 싶은지 아닌지를 묻는 거다. 사람들이 계속 살고 싶은 동네가 있고, 떠나려는 동네가 있다. 지역이나 집값과는 큰 연관이 없다. 또 하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부모 눈으로 봐야 한단 것이다. 미혼 또는 신혼부부라고 자기들 취향만 생각하면, 막상 집을 사줄 사람이 없는 매물을 ‘좋은 물건’으로 착각하고 살 수 있다.”

-투자처가 궁금하다.

“부동산 80%, 비트코인과 현금을 20% 정도 갖고 있다. 예전엔 부동산과 금만 갖고 있었는데, 금을 처분하고 비트코인을 샀다. 달러 표시 자산인 데다 글로벌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해 부동산 시장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 헷징(미래 발생 위험에 대한 경감 대책) 차원에서 투자했다.”

-돈이란 무엇인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핵심은 돈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아느냐다.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돈으로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닌, 남이 봤을 때 좋은 것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았으면 좋겠다.”

-2030세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고생 총량의 법칙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젊을 때 고생을 해야 미래가 순탄하다. 20대와 30대 땐 저축은 최대한 늘리고, 소비는 최소화해야 한다. 대출을 일으켜 ‘좋은 자산’을 살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한 공부도 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투자를 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많은 분이 좋아해 줘서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남들이 나를 좋아해 줄 때까진 지금 일을 계속하는 게 목표가 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