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23년 차의 명절은 고요했다. 민족 대이동은 남의 말이다. 나는 수능을 한 달 남긴 자식을 봉양하기 위해 집을 지켰다. 추석 연휴에 비행기 타는 지인들도 꽤 많다. 누가 뭐래도 가을은 여행의 최적기니까. 조상 눈치를 보지 않는, 유교식 제사에서 해방된 집들은 일찌감치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뉴스에 나오는 명절 풍경은 점점 줄어든다.
추석은 원래 농경사회의 축제였다. 한 해 동안 고생한 결실을 거두는 기쁨의 절정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농가 인구는 200만명이었고 올해는 10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추석을 몸과 마음, 영혼으로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의 4%도 못 된다. 게다가 원수 마귀, 아니 원수 혈당 스파이크를 잡으려면 송편 전 식혜를 멀리해야 한다. 씁쓸한 명절 증후군이 남는 추석은 이제 재해석되어야 한다.
성서에는 다양한 축제가 있다. 그 축제에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초대된다. 종이나 이방인, 고아와 과부 등 당시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기뻐했다. 철저하게 가족 중심인 우리의 추석이 모두를 아우르는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보름달을 만드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빌었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