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선물로 받은 화분조차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돌보는 삶은 나와 거리가 한참 먼 세상의 일이었다.
이런 내가 엉겁결에 교회의 ‘원예가꿈’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조선을 위해 애쓴 외국인 선교사의 묘원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보살피는 것이 우리 교회의 사명이라는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남편이 덜컥 양화진 봉사팀 교육을 신청한 탓이다. 원예가꿈팀 팀장이 전한 사명과 진심을 듣고 나니 더욱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은 없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 내게 주어진 일은 잡초 뽑기였다. 2시간여 동안 잡초를 뽑는 건 무척이나 단순한 일이었다. 이 단순한 일이 내게 신앙적 성찰을 안겨줬다. 잡초는 아무도 심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난다. 그것도 무서울 만큼 빠르고 왕성하게. 정원에 아름답게 심긴 꽃과 나무 옆에 기어코 자라나 어느새 더 당당하게 뿌리를 내린다.
이 광경을 매주 마주하며 든 생각이다. ‘내 마음에도 이런 잡초가 있지는 않을까.’ 하나님이 내게 허락한 고유한 성품과 기질, 선한 달란트가 본래 정원의 꽃과 나무라면 어느 날 불쑥 자라나는 욕심과 자만심, 불평 같은 마음은 그 곁을 파고드는 잡초와도 같다. 잡초가 자라는 속도처럼 내 안의 어두운 마음도 조용히 빠르게 번져간다.
잡초의 가장 무서운 점은 이를 알아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엔 연약한 새싹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버려두면 며칠 만에 정원은 잡초로 가득 찬다. 마음의 잡초도 그렇다. 내가 미처 경계하지 못한 교만과 불신, 비교와 욕망이 자라 어느 순간 신앙의 중심을 흔들 수 있다. 매주 잡초를 뽑으며 스스로 묻는다. ‘내 마음의 잡초는 무엇일까. 나는 이를 잘 분별하며 살고 있는가.’
정원의 꽃과 나무는 잡초를 솎아내야만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 신앙의 삶도 그렇다. 마음의 잡초를 가만히 두면 결국 하나님이 심은 선한 것들이 숨을 쉬지 못한다. 매일 말씀으로, 기도로 내 마음을 돌아보며 정결하게 다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잡초 뽑는 일을 통해 깨닫는다. 이렇게 나는 양화진의 잡초를 뽑으며, 하나님 앞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양정규 집사(100주년기념교회)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교만과 불신 먹고 자라난 마음의 잡초… 말씀·기도로 정결하게 마음 다듬어야
입력 2025-10-11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