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기자의 교회건축 기행] <31> 신내교회

입력 2025-10-04 03:06
신내교회 로비층에 있는 카페. 왼편에 출입구가 있고 그 옆에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이를 열어 젖히면 건물 내부가 전면 오픈된다.

서울 신내교회(김광년 목사)는 실내 공간 구성이 탁월하다. 공간 활용을 위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교회 건축을 생각한다면 꼭 가볼 만하다. 가보기만 해도 상당한 금액의 건축비를 아낄 수 있다. 실제 이 교회 담임 김광년 목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김 목사는 교회 건축을 준비 중인 후배 목사에게 한번 둘러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배 목사는 한참 동안 오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목회자들이 와보고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교회를 찾았다. 교회를 둘러본 후배 목사는 진행 중인 교회 건축 설계도를 수정했고 이 때문에 무려 1억원의 비용을 치렀다. 후배 목사는 “건축을 앞두고 전국 교회 60여곳을 다녀봤지만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특별한 게 있겠나 싶었는데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했단다.

신내교회는 대지 1526㎡, 총면적 4887㎡로 지하 3층, 지상 5층으로 2019년 12월 건축됐다. 지난달 23일 만난 김 목사는 교회당 실내를 둘러본 뒤 지하 1층부터 안내했다.

다양한 인원수에 맞는 소그룹실 마련

6명 정도 모일수 있는 소그룹실.

교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 구성은 소그룹실이다. 4인 8인 15인 30인 등이 모일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보다 큰 인원은 소예배실, 중예배실로 배치한다. 소그룹실 4개는 로비 층에 있다. 4~6인용이다. 로비 층에는 카페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실내에서 비중 있는 공간이다. 이런 곳에 소그룹실을 뒀다는 것은 소그룹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대부분 교회는 우선순위를 따져 소그룹실을 지하 한쪽에 배치한다. 소그룹실이 적거나 중간 치수의 공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의 한 켠을 별도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식사도 할 수 있고 별도의 모임도 할 수 있다.

10~30인용 공간은 4층 식당에 있다. 식당을 4개로 나눠 메인 공간 1곳과 서브 공간 3곳을 만들었다. 서브 공간이 10인 20인 30인용이다. 10인용은 새신자 등 VIP가 식사하는 데 활용된다. 20인용은 유아를 동반한 이들이 이용하도록 마룻바닥을 깔았다.

로비 층의 카페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특화했다. 카페의 벽면을 폴딩도어로 설치해 열어젖히면 교회 앞 인도까지 개방되면서 카페 공간이 확장된다. 인도를 지나는 주민들은 언제든 카페에 들어올 수 있다. 교회 건물 출입구와 인도 사이의 턱도 없앴다.

교회에는 유용한 작은 공간들이 숨겨져 있었다. 3층 계단 근처 여닫이문을 열자 슬로프 싱크대가 있었다. 걸레를 씻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청소 도구를 보관한다고 했다. 또 새가족실 등 실내 여러 곳에 간이 주방을 설치해 설거지 등이 필요할 때마다 화장실로 향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목양실 내부에도 간이 주방이 있는데 여닫이문 안에 있었다. 교회는 집파트너스가 설계하고 산울디자인이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여기에 김 목사의 건축적 고민이 합쳐졌다.

3층 로비. 가운데 있는 원형 쇼파가 눈길을 끈다.

대예배당(600~700석)을 1층에 둔 것도 차별점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대개는 2~3층에 있기 마련이다. 이는 노령인구가 많아질 것을 고려한 선택이다. 교회는 비탈면에 접해 있다. 대예배당은 비탈 높은 쪽에서 닿도록 했다. 한두 계단만 오르면 예배당 로비다. 유아실을 대예배당 중층에 둔 것도 다른 교회에서는 찾기 어려운 배치다. 강단 쪽 벽면은 유리로 만들었다. 대예배당에서 설교자가 가장 잘 보이는 장소다.

여러 필요한 공간을 다 넣느라 남는 공간이 없을 것 같지만 목회자 사택 2동도 이 건물 안에 배치했다. 5층에 마련돼 있으며 현재 부목사 가정이 사용 중이다. 그리고도 남는 공간에는 선교사 임시 숙소 2곳을 조성했다. 5층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평일에는 사택의 한 부분으로, 주일에는 조경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빈 공간을 어떻게든 활용하려는 디테일이 돋보인다.

디테일이 특별함을 더하다

김광년 목사가 대예배당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교회의 꼼꼼한 공간 구성의 디테일은 대예배당에 설치한 스크린을 꼽을 수 있다. 보통 강단의 전면에 스크린과 십자가가 설치된다. 그래서 그 배치를 놓고 고민한다. 스크린은 정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내 십자가를 없애거나 옆 벽면에 설치한다.

신내교회는 움직이는 스크린을 활용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예배당에 들어섰을 때 십자가는 정면 위, 스크린은 바닥에 접해 있었다. 설교자가 스크린을 가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김 목사가 스태프에게 사인을 보내자 스크린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스크린은 중간중간 필요한 위치에 멈췄다. 스크린을 맨 위까지 올리면 교회 표어가 적힌 플래카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스크린을 위로 올릴 때 안정성을 위해 스크린 양쪽에 가이드도 설치했다.

교회는 강대상 제작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김 목사는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도 않게,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경박스럽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묵직한 강대상 양측 아랫부분을 도려내 중후함을 덜어내면서도 권위를 품은 현재의 강대상이 됐다.

강단 양쪽에 놓은 테이블도 김 목사의 아이디어다. 언뜻 보기에는 모니터 스피커를 가리기 위해 만든 상자 같았다. 형태는 ‘디귿(ㄷ)’ 자 테이블인데 크기가 다른 3개가 겹쳐져 있었다. 속의 것을 꺼내자 테이블 3개가 됐고 이것이 한 쌍이어서 성찬 예식이나 헌금을 봉헌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대예배당과 로비 창문의 커튼을 한 번에 닫힐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 것도 설계 때부터 고민한 결실이다.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화장실마다 설치된 샤워실이다. 세탁실도 있다. 드럼세탁기와 건조기가 설치돼 있어 사역자나 청년들이 운동하고 샤워한 후 옷을 세탁해 입고 갈 수 있다. 세탁실은 별도로 마련돼 있다. 주방 냉장고는 가정용이 아니라 업소용을 썼다. 사람이 직접 들락날락 할 수 있는 창고형 냉장고가 설치돼 있다.

1층 예배실에 있는 강대상도 교회가 제작 의뢰했다. 강대상과 티테이블이 분리됐다가 합쳐지는 구조다. 또 건물 주변에는 가로등도 세웠다. 도로 가로등은 지역 관공서가 세우는데 교회는 교회 땅에 가로등을 세우고 교회 주변을 항상 밝히고 있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가 캄캄하면 이 동네 분위기가 죽는다”며 “교회 계단 등 몇 곳의 조명은 항상 켜놓는다”고 했다. 가로등 사이에 현수막을 걸게 한 것도 이 교회만의 특별함이었다.

공유 공간 활용, 기독교 호감도 높여

교회 전경.

교회 외관에 대한 첫인상은 평범했다. 한 건물 덩어리를 예전 방식의 빨간 벽돌로 쌓았다. 하지만 벽돌 쌓는 방식을 통해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벽돌을 어긋나게 쌓는 엇쌓기 방식을 사용했으며, 정면은 벽돌 사이에 공간을 두고 쌓는 영롱쌓기로 마무리했다. 이 공간 안쪽에는 유리창을 설치해 빛을 유입시키고 건물에 공간적인 여유를 부여했다.

교회 건물은 이 지역의 공유 공간처럼 사용되고 있다. 교회의 다양한 공간은 기관이나 단체 등에 무상으로 빌려준다. 김 목사는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이 기독교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새로운 공간은 신내교회의 새로운 예배와 시너지를 만들며 많은 젊은이를 불러모으고 있다. 김 목사는 “3040세대가 오려면 3040세대에 적합한 예배가 있어야 한다”며 주일 2부 예배는 예전적 예배로, 3부 예배는 찬양 중심의 예배로 바꿨다. 설교도 강대상을 옆으로 밀고 원고 없이 성도들과 눈을 마주치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는 지금도 공사 중”이라며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교회 건물을 지었다고 교회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공사 현장은 언제나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그래서 우리는 ‘공사 중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늘 고백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사를 멈추면 안 되기에 늘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이웃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으니 늘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